고혈압-당뇨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만성콩팥병,
과일-채소 섭취 줄여 칼륨 양 낮춰야
‘환자는 많지만 인지도가 낮아 조기에 발견되지 않는 질환.’
질병관리본부는 만성콩팥병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신장)이 손상돼 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노폐물이 몸에 쌓여 혈압이 올라간다. 빈혈도 생긴다. 뼈가 약해지고 신경이 손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만성콩팥병 유병률은 6%다. 당뇨병 유병률(10%)의 절반을 웃돈다. 상당히 환자가 많은 셈. 그러나 이 병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 중증으로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성콩팥병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신장학회와 공동으로 13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만성콩팥병 예방과 관리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만성콩팥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인 비용이 5조457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33.8%는 질병 치료에 소요된 의료비였다. 47.9%는 질환으로 생긴 장애로 일을 못하게 되면서 발생한 생산성 손실 비용이다.
만성신부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0년을 기준으로 11만6762명이다. 같은 해 799명이 만성콩팥병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했다. 병은 더 커지기 전에 막는 게 가장 좋다. 만성콩팥병 또한 조기에 발견해야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만든 ‘만성콩팥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을 참고하는 게 좋다.
○ 염분, 수분, 칼륨 적게 섭취해야
고혈압과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이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고혈압에 걸린 경우 병이 더 빠르게 악화된다. 일반 고혈압 환자보다 혈압을 더 철저히 조절해야 하는 이유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만성콩팥병에 걸렸다면 처방받은 약을 거르지 말고 복용해야 한다. 또한 수시로 혈압과 혈당수치를 확인하며 관리하는 게 좋다. 음식은 싱겁게 먹어야 한다.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소변을 통해 물질을 배설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 염분이나 칼륨은 수분을 많이 섭취했을 때 제대로 배설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콩팥 기능이 더욱 나빠진다. 의사와 상의하고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칼륨은 많이 쌓이면 고칼륨혈증으로 근육 쇠약, 부정맥, 심장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엔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어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수분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안 좋다. 혈압이 높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저나트륨혈증으로 인한 의식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투석을 받는 환자는 수분을 거의 배설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하고 폐부종까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물을 너무 줄여서도 안 된다. 탈수로 인해 콩팥 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콩팥 상태에 따라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단백질도 적게 먹는 게 좋다. 단백질은 몸 안에서 소화가 된 후 ‘요독’이라는 노폐물을 만든다. 콩팥에 가는 부담을 줄이려면 늘 단백질의 양을 체크해야 한다.
○ 담배, 술 삼가고 운동해야
콩팥 건강을 위해서는 담배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콩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만성콩팥병 위험이 있는 환자가 15년 이상 담배를 매일 한 갑씩 피우면 말기신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약 5배 높아진다.
술도 혈압을 오르게 하고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섞여 나오게 해 콩팥에 나쁜 영향을 준다. 술도 끊자. 만성콩팥병 환자 중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출혈성 뇌중풍(뇌졸중)을 앓을 위험이 6배 이상 높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면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이고 뇌중풍, 고혈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주고 우울증도 감소시킨다.
단, 운동을 할 땐 심장에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하는 게 좋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근경색증과 뇌중풍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의사가 처방해준 것 외에 불필요한 약제나 건강보조식품은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 신장 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와 대부분의 항생제, 방사선 검사를 위한 조영제 등은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콩팥병 환자나 노인은 많은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상의해 꼭 필요한 약을 복용하고, 중복으로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