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문화

[스크랩] 안견의 소상팔경도

오늘행복스마일 2014. 11. 1. 11:33

玄洞子 安堅 瀟湘八景圖 [현동자 안견 소상팔경도] 견본 수묵, 각 31.1 x 35.4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클릭]

 

소상팔경도는 중국남부 호남성과 동정호의 남쪽 영릉부근,

즉 소수와 상수가 만나는 곳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말한다.

특히 조선초기의 산수화는 남종화풍과 북종화풍의 중국 산수가 유행했던 시절로

안견 역시 이를 바탕으로 그렸다.

 

윗 줄 우에서 좌로 산시청람(山市晴嵐), 연사만종(煙寺晩鍾), 원포귀범(遠浦歸帆), 어촌 석조(漁村落照),

아랫줄 우에서 좌로 소상야우(瀟湘夜雨), 동정추월(洞庭秋月), 평사낙안(平沙落雁), 강천모설(江天暮雪), 가

그것이다.

 

이러한 소상팔경도가 고려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고려 명종 때의 李仁老(이인로)등이

그림에 詩를 붙였고 조선시대에 안견, 이징, 정선, 심사정, 최북, 김득신 등이

그림을 남겼으며 많은 문인들의 詩書畵에 영향을 끼쳤다

 

소상팔경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지만 몇 가지 경승(景勝)을 일러 말할 때

전통적으로 8의 수를 택하고 있는 예를 우리는 흔히 본다.

관동팔경, 송도팔경, 양산팔경, 단양팔경이니 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이렇게 부르는 배후에는 동양적 수리관(數理觀)과 우주관이 작용하고 있다.

동양의 수치(數値)는 단순히 자연수를 셈하는 단위가 아니라

삼라만상의 대응과 조화의 원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홀수와 짝수는 음양관(陰陽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또한 그것은 양(陽)인 하늘[天]과 음(陰)인 땅[地]에 대응하는 수이다.

역경(易經) 계사 상(繫辭上)에서, '하늘은 칠이요 땅은 팔이다(天七地八).'라고 하였는데,

이는 홀수인 7을 하늘에, 짝수인 8을 땅에 대응시킨 것이다.

관자(管子) 오행(五行)에서 말하는 '지리이팔제(地理以八制)'라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팔경'의 8이라는 수는 땅과, 땅의 속성을 함께 드러내는 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풍경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8폭 모두 음의 성질을 가진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산시청람, '연사만종', '어촌낙조', '원포귀범' 에서 산간 마을의 저녁 안개 종소리 들리는

산사의 저녁 어촌에 깔린 저녁 노을, 그리고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 등은 양의 성질을 가진 아침,

일출, 출발 등에 대응하는 음의 풍경들이다.

또한, '밤비(소상야우)', '가을달(동정추월)', '내려 앉는 기러기(평사락안)', '눈오는 겨울(강천모설)’ 등도

각각 낮과 맑음, 봄과 태양, 비상(飛翔), 그리고 여름과 대응하는 음의 성질을 가진 계절이나 풍경들이다.

 

이렇듯 그림의 대상들이 예외 없이 음의 성질을 띤 것이라는 사실은 땅이 지닌 음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상팔경도에는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도 처음 보면 그렇게 보인다. 하늘 높이 치솟은 산들,

태고 때부터 조금도 변함이 없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은 강물,

그리고 산간 마을을 잠재우는 듯 내려깔린 저녁 안개는

마치 용해된 시간 속에서 완전히 멈추어 있는 것 같기만 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적막감 속에서도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는 것들이 있다.

'원포귀범'의 저녁 안개 속에 포구를 향해 미끄러져 돌아오는 배,

'평사낙안'의 모래사장에 소리없이 내려앉는 기러기들, '소상야우'의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들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움직임도 배가 포구에 정박함으로써,

기러기가 모래사장에 내려앉음으로써,

비바람이 그침으로써 모두 적막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처럼 소상팔경도에는 우주적인 넓이와 깊이 속에서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가운데 고요와 적막감이 배여 있다.

소상팔경도는 누적된 시간 속에서 완성된 예술 형식이며,

또한 이념화, 이상화된 산수화의 한 형식이다.

화가들은 역사적으로 완성된 ‘소상팔경’의 형식과 내용을 추종하면서

철저하게 전통을 따르는 자세로 임했다.

화가들은 그림에 개성을 발휘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든 이미 완성된 형식과 내용을

완벽하게 따라 그릴 수 있을 만큼 수련을 쌓는 일이었다.

 

따라서 소상팔경도에서 화가의 개성을 말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것은 안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굳이 소상팔경도를 그린 안견의 개성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것은 그가 의도하지 않는 가운데 경물(景物)의 배치에, 붓이 슬쩍 지나간 자욱에,

희미한 색의 흐름에 저절로 드러나 있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신의 의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몸에 흐르는 땀처럼 저절로 배여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요소들을 감지하는 사람은 안견 자신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인 것이다. 

 

- 山市晴嵐 [산시청람] 산시의 맑은 이내 -


 

제 1첩인 '산시청람'은 봄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해조묘의 소나무와 정자, 그리고 부벽준을 통한 언덕 같은 바위산은 전형적인 안견의 형태를 보여준다.

또한 서서히 사라져가는 이미지를 안개 낀 형태로서 표현하였다.

중경에는 연운 속에 누옥들과 소나무들이 들어 찬 산시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산의 모습은 '사시팔경도', '승경도'와 달리

정돈되어져 있지 않으며 변화가 강한 특징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산 외곽의 준법이나 필법 또한 기존의 안견의 특징과는 다르다.

오히려 '몽유도원도'의 현실부분의 산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처럼 안견의 필법과 준법 그리고 표현 양식의 변화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시기 변화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러나 앞쪽에 강하고 섬세한 터치와

서서히 멀어져가는 서양의 원근법적인 안견의 기본 특징은 유지한 그림이다. 

 

 

- 煙寺晩鍾 [연사만종] 안개낀 절의 저녁종소리 - 

 

제2첩의 '연사모종' 은 용이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듯 ㄷ형태로 보여 진다.

연사모종 역시 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안개를 활용하여 그림의 깊이를 더욱 깊게 보여준다.

 

특히 기존의 안견의 산수화와 달리 화면의 모든 부분에서 강약이 존재하며

'소상팔경도'도의 '산시청람'과도 달리 그림의 앞쪽을 강하게 묶어주는 무게추 같은 중심부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나마 좌측 중부의 준법을 사용한 소나무 정도만이 안견 그림의 특징을 이어준다.

 

특히 언덕 뒤의 인간의 모습 즉 집의 지붕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안견의 흔적은 더욱 쉽게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던 기존의 그림과 달리 인간 즉 선비와 하인의 모습을 드리우면서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하였다.

 

또한 바다 같은 넓은 호수와 은은히 흘러가는 배의 모습은 남종화의 느낌도 준다.

이처럼 '연사모종'은 안견다운 필법과 준법, 특징 등이 대체적으로 사라진 반면

다양한 형태의 그림이 합쳐진 듯한 모습으로서 '무릉도원도'에 가까워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후 '연사모종'은 '한림제설도'에 많은 영향을 주며

이 후 안견 화풍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음을 암시해주는 그림이다. 

 

 

- 漁村夕照 [어촌석조] 어촌의 저무는 햇살 -

제3첩, '어촌석조'는 조용한 어촌마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물론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는 한국적인 형태보다는 중국에 가깝다.

'어촌석조'처럼 우리네 바다와 호수 주변에는 높은 산이 존재하지 않는 반면 중국남부의 큰 강과 호수는

산을 끼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어촌석조' 역시 중국 산수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함을 잘 보여준다.

 

또한 '소상팔경도'의 모든 그림처럼 '어촌석조' 역시 그림의 중심부가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우측 하단의 집과 소나무 등을 통해 '어촌석조' 의 중심부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는 있으나

'승경도', '사시팔경도'처럼 강한 부벽준과 다양한 기법을 통한 언덕,

바위와 달리 무난하고 부드러운 묘사로 보여 진다.

 

더욱이'소상팔경도' 시리즈는 뒷산을 뿌옇게 묘사함으로서

'승경도', '적벽도', '사시팔경도' 와 같은 안견의 특징을 과감히 버렸다.

물론 이 때문에 안견의 그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변화는 상당한 발전으로서

곽희산수와 남종화풍의 결합체 이미지에서 독자적인 산수의 길로 접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 瀟湘夜雨 [소상야우] 소강과 상강의 밤비 - 

 

제4첩, '소상야우'는 '소상팔경도'와 '사시팔경도', '승경도'의 차이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사시팔경도', '승경도'는 그림에 무게 중심이 존재하며 이를 중점으로 서서히 뒤로 사라진다한다면

'소상아우'는 그림의 중심이 3곳으로 늘어난다.

 

본래부터 중심부였던 우측하단과 강 건너의 버드나무 숲 그리고 뒤에 보이는 산이다.

특히 '사시팔경도', '승경도'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한 준법이 아닌 묵직하고 강한 톤을 사용함으로서

원근법을 탈피하였으며 사실적이지 않는 크기로서 그림을 더욱 관념화시킨 듯 보여 진다.

그러나 안견만의 집과 언덕 그리고 포구의 모습, 기존의 안개와 같이 나타난 비바람은

그의 솜씨를 잘 보여주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과감한 중심부 생략과 나무 가지의 운동은

엄청난 포구와 강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그림의 긴장감을 더욱 증가시킨다.

 

 

- 遠浦歸帆 [원포귀범] 먼 포구로 돌아오는 배 -


 

제5첩, '원포귀범'은 이미지 상의 변화보다 말 그대로 그림 명칭상의 변화가 강한 그림이다.

'승경도', '사시팔경도', '적벽도' 등에서 안견의 그림은 전형적으로 자연을 추구했다.

그러나 '소상팔경도 원포귀범'은 인간의 삶을 자연과 연계하여 이끌었다는 점이다.

 

여름은 낮이 길고 밤에 짧기 때문에 많은 시간동안 일을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어부들은 많은 양의 어류를 잡아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만족감은 그림 자체에서도 잘 나타난다.

기존의 강한 생략과 변화보다는 부드럽고 질서 있는 준법과 필법,

돌아오는 배를 비치는 듯한 그림의 조성 등은

그림 자체가 우측 상단에 중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다만 '소상팔경도'의 그림들이 그랬듯이 안견이 그동안 추구했던 중심부와 비율,

구도와는 많이 거리가 있고 먹의 쓰임도 매우 강렬함을 볼 수 있다. 

 

 

- 洞庭秋月 [동정추월] 동정호의 가을달 -

 

제6첩, '동정추월'은 넓은 호수에 배들이 여기저기 떠 있고,

가을의 스산함이 서서히 느껴지는 그림이다.

'동정추월'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건물이다.

그동안 '사시팔경도', '승경도' 등의 안견의 산수화에서 집의 모습은

화폭 중간의 위치보다 더욱 먼 곳, 즉 원경의 위치에서 있는 듯 없는듯하게 그려진 반면,

'동정추월'에서 건물은 그림의 최 근경에서 아주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건물(집) 주변을 생략함으로서 건물과 호수 등 중요사물에 비치는 달빛을 간접적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동정추월'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근경에 그려진 언덕 앞의 소나무의 표현이다.

그동안 무게 중심을 형성하였던 안견의 언덕은 부벽준이나 헤조묘를 통한 사실성과 섬세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강조하였다면 '동정추월'은 언덕 앞 소나무를 매우 강한 필법과 터치로서

소나무의 특징을 강조한 반면 언덕과 주의 사물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이처럼 '소상팔경도'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은 기존의 안견의 그림처럼 사실성과

균형성을 물론 절제를 파괴함으로서 서양의 인상파가 그랬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단

예술성을 강조하는 그림으로 탈바꿈했단 점이다.   

 

 

 平沙落雁 [평사낙안] 평평한 모래벌에 기러기 -

 

제7첩, '평사낙안'은 넓은 강과 호수, 높은 산 그리고 드넓은 평온 등 자연의 모습은

우리 인간에게 강한 아름다움을 제공함으로서 인간의 눈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사물에만 인간의 시선을 뺏는 것은 아니다.

일 년에 한번 씩 우리네 주변의 호수와 강을 찾는 철새들은 언제나 인간에게 관심의 대상이었으며

이는 비단 동시대의 사람만의 추구했던 것은 아니다.

 

'소상팔경도' '평사낙안'은 어촌 마을 주변에 서서히 겨울이 찾아오고

때를 같이하여 몰려든 기러기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비교적 간단한 기법으로 기러기를 그렸으며 건너편 헤조묘로 그린 소나무와

필력의 강약을 비슷하게 표현함으로서 그림에서 기러기의 중요도를 높였다.

 

'평사낙안'에서 중요할 부분은 중앙 하단의 마을 풍경이다.

다수의 '소상팔경도' 시리즈와 달리 '평사낙안'은 '사시팔경도' 등과 같이 언덕이 강하게 살아났다는 점이다.

물론 '사시팔경도', '승경도'와 같이 언덕과 바위를 중심으로 화면 전체가 이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화면 앞쪽의 언덕바위로부터 주의의 집과 나무 그리고 포구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안견은 기존의 특징에서 벗어났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특징을

완벽하게 탈바꿈하지는 못했음을 알 수 있다.

 

 

- 江天暮雪 [강천모설] 강 위의 저녁 눈 -

 

제8첩, '강천모설'은 안견 시리즈 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시팔경도', '승경도' 시리즈 작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의 눈 덮인 산의 모습을

유사하게 보여줌으로서 기존의 다른 계절의 그림과 달리 기존의 안견적 특징이 강하게 묻어난다.

 

다만 한, 두 가지 준법 등으로 소나무를 묘사했던 '사시팔경도', '승경도'의 '만동'과 달리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산의 외곽을 더욱 강하게 분리하여

사실성보다는 표현의 기법과 필법에 신경을 썼다.

혜조묘로 묘사된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선의 사용을 절제함으로서 눈의 이미지를 강조시킨

건물의 지붕, 다리 변화를 줄이고 최소한의 선을 통해 여백의 미를 살린 눈 덮인 산의 모습은

한기를 더욱 느낄 수 있게끔 나타내었다.

 

다만 '소상팔경도'의 다른 계절의 작품들과 달리 화면 전체가 빽빽이 그려져 있고

근경과 원경의 깊이조차 짧아 안견이 추구했던 산, 들, 강, 마을의 균형적 이미지보다는

산속의 마을, 산속의 강, 산속의 들처럼 북종화의 특징적 한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원근법을 해체함으로서 뒷산의 깊이에 중심을 잡을 수 없고 준법의 사용이

한정적으로 나타남으로서 그림 전체가 산수화의 특징인 통일성보다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한 가지 톤으로 묘사한 바위와 나무 그리고 다리는 시선의 중심을 파괴하고

그림의 중심을 분산하는 특징이 보여 진다.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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