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눈 덮힌 앞산자락에 노을빛이 벌겋게 사위어 가고 거울처럼 반사된 그 빛이 고단한 삶에 희석이 되었어도 아직, 조금은 동녁 하늘에 푸른빛이 남아 뱀 허물 같이 비워진 저편 세월에 감도는 복받치는 진득한 설움의 눈물이 핑 돈다.
저 붉게 물든 눈 조차 녹아 사라지면 덩그런히 남아있을 젖은 흔적만 저라서 홀로 서러워 그나마 지워지지 않는 추억을 부여잡고 제 아무리 후벼판들 청춘은 온데 간데 없는데
밤새 잠못이루면서 소가 되새김질한 여물을 질겅질겅 씹듯이 뒤척이며 곱씹은 세월의 빛깔은 세상 여느 빛깔보다 그리도 고았거늘
손바닥에 누런 굳은살이 바위산 마냥 검게 갈라진 주름의 계곡, 허덕이던 세월에서 잠시 되돌아 볼 여유조차 없었던 가슴 깊이 숨겨 두었던 어느 세월쯤이었던가? 아릿한 중년의 사랑 이야기.
영하의 밤기온이 어느날엔가 기척없이 물러 가고 언 땅이 녹아 흙내음이 폴폴 흩날려 가지마다 봉곳한 꽃망울들이 터질때쯤이면 그나마 서럽던 눈물샘이라도 마를까. 봄볕이 쏟아지는 양지에 퍼질고 앉아 올망졸망한 제비꽃 무리 같이 움추렸던 마음을 봄볕에 느긋히 늘어놓고 그제사 내가 한가로히 늙어 갈수 있으려나.
글 : 淸天 성민주 음악 : 겨울애상 /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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