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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운 放談(말, 욕, 칭찬 )

오늘행복스마일 2018. 7. 29. 15:43

소운 放談(말, 욕, 칭찬 ) 

                    




소운 放談(말, 욕, 칭찬 )        소운/박목철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말이 아닐까 한다.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말(글도 말)이라는 의사표시 수단이다.

하느님을 만나겠다고 바벨탑을 쌓는 인간의 도전을 좌절시킨 방법도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정말 그랬을 것 같다고 고개가 끄떡여진다. "@#$%^&(어이 벽돌이 떨어졌어)"

"*&^%$(뭐라 하는 거야?)" 공사가 진행될 리가 없는 건 당연하다.

지금 갑자기 말과 글이 없어진다면, 비행기도 못 뜨고 지하철이나 자동차 운행도 못 하고 물건을

사고팔지 못하게 돼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간의 소통이 원활해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서로의 속을 알 방법은 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론 以心傳心이란 말도 있지만,

그건 부처님이나 가능한 얘기이지 "말 안 해도 다 알아" 이건 오만이다.

말을 들어도 모를 사람 속인데 어찌 말 안 해도 안단 말인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도 있다. 이렇게 소중한 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다.

고려 시대 서희 장군은 말 몇 마디로 거란의 수십만 대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했고,

말 잘못 해서 패가망신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보기도 하니 말이다.


칭찬하는 말보다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말이 유난히 발달한 것이 우리의 언어이다,

재미있는 것은 욕의 상당 부분이 성기와 연관된 것이거나 형벌에 관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니미, 라거나 시부럴 등에 생략된 부분을 채우면 제 어미와 붙어먹을, 이라는

험한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이 욕의 근원은 우리가 여진족을 얕보는 데서 출발한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여진족은 제 어미와도 붙어먹는 미개인이라는 생각에

넌 그런 미개인과 같은 부류야, 이런 뜻인데 여진에 그런 천륜을 어기는 풍습이 있을 리 없고, 

여진이 세운 청나라에 조공까지 바치던 조선인의 후손으로 할 욕은 아닌 것 같다.

형벌과 관계된 욕들도 우리 언어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라질 놈, 이란 죄를 지어 잡혀갈 때 오랏줄에 묶여 갈 놈이라는 험한 표현이고,

주리를 틀 놈은 묶인 정강이 사이에 장대를 넣어 정강이뼈가 부서지기도 하던 험악한 형벌을 뜻한다

경을 칠 놈은 도둑질하는 사람에게 가하던 형벌로 이마나 팔에 죄명을 먹물을 새겨넣는 형벌이고,

곤장을 칠 놈이란 죄인을 형틀에 묶어 엎드리게 한 후 볼기를 치던 형벌로 태보다는 무서운 형벌이다.

가장 심한 욕 육시럴 놈은 역적죄를 지은 죄수의 몸을 여섯 토막으로 찢어 죽인다는 끔찍한 표현이다.

욕은 아니지만, 의외의 표현이 도무지라는 말인데, 도모지(塗貌紙)는 죄수의 얼굴에 창호지를 붙여

질식사시키는 형벌로 천주교도를 처벌할 때 많이 썼다고 하며 도모지가 도무지로 변형된 말이다.

천주교도로 지목되면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고 처벌했기에 도무지는 어떤 말로도 통하지 않는다는

막무가내의 뜻으로 쓰이게 된 듯하다..


결투가 허용되던 체제하에 살던 사람은 욕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다는 개인적 생각이다.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니 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지만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하에 더구나 武를 경시하던 문인 지배의 사회에 살다 보니 쌓인 불만을

욕으로나마 풀려고 했을 것이고, 관에서 가하는 형벌을 비유하는 게 가장 효과적 욕이었을 것이다.

상민들은 나이가 차도 결혼하기가 쉽지 않아 중년을 넘기고도 상투를 틀지 못한 사람이 흔했다 한다.

성적 욕구를 간접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 성기에 빗댄 욕이 아닐까 추론해 보았다.


욕이 발달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칭찬을 하는 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 남 잘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정서라,

남의 행복이 내 행복이 아니니 남을 칭찬하거나 기쁘게 하는 말이 발달하지 못한 건 당연하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말로 상대방을 기쁘게 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 세상은 떠꺼머리총각으로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세상도 아니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호소할 방법도 널린 세상이다. 욕으로 스트레스를 풀 세상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사는 우리가 너무 가혹하다 하여 한세기 전에 폐지한 형벌을 받을 놈이라거나

부모의 성기를 들먹이는 욕을 거침없이 해 댄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다.

고운 말 쓰기 국민 캠페인이라도 한바탕 벌여 말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ㄱ새끼, ㅆ 할, ㅈ같이, 이 말을 대체할 고운 말이 과연 없는 것인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상대가 기쁘면 기쁜 마음이 나에게로 되돌아오게 되어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스럽다니,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글쓴이 : 청송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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