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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달마, 영화를 말하다 – 월호] 태극기 휘날리며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11. 19:48

[달마, 영화를 말하다 – 월호] 태극기 휘날리며

 

 

 

“제가 알고 있는 이진태는 종로통에서 구두를 닦았고,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하고, 끔찍이도 동생을 아끼던 사람이었어요. 무공훈장 받고 깃발부대장 하고 있는 그 사람, 제 형 아닙니다.”

국방군 진석은 자기 형 진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아니 부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형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형인 진태는 동생인 진석에게 모든 꿈과 희망을 걸어놓고 있었다. 동생의 공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구두닦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고, 두 형제는 함께 의용군으로 징용된다.
어떻게 해서든 동생을 무사히 귀향시키고자 했던 진태는, 훈장을 타면 가능하다는 대대장의 말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전투의 선봉에 서게 된다.
한편 진석은 이런 형이 못마땅하게 생각되고, 마침내 포로였던 용석이를 죽인 형에게서 인간적 환멸을 느끼게 된다. 용석이는 전쟁 전 진태와 함께 구두를 닦던 소년으로, 역시 인민군에 끌려온 처지였다.
“내 밑에서 딱쇠 하던 용석이는 안 보이고, 양민 학살한 빨갱이만 보일 뿐이야” 하고 말하는 진태는 이미 과거의 따뜻하기만 했던 형이 아니었다.

 

한편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진태는 마침내 태극무공훈장을 받게 되지만, 사랑했던 영신이 청년단에 의해 좌익혐의로 무고하게 죽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동생마저 국방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생각되자 완전히 돌아서 버리게 된다.
인민 해방의 용감한 영웅,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된 리진태 소좌를 만나기 위해 진석은 위험을 자초한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동생의 애절한 일깨움에 의해 마침내 정신이 되돌아온 진태, 그는 다시 동생을 무사히 돌려보내기 위해 이번에는 인민군을 향해 총구를 되돌려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그에게는 다만 형제애만 있었을 뿐, 국가도 사상도 없었던 것이다.

남과 북이 갈라지기 전에도 형제는 있었다. 서로가 주고받아야 할 업이 얼마나 쌓였길래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겪어야만 했던가? 공업共業을 풀기 위해 서로가 적이 되어 싸우고는 있지만 본래 형제요, 다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이 아니었던가?
선禪의 중흥조인 육조 혜능은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치고 오조 홍인 화상을 만나러 간다.

홍인 화상이 혜능에게 물었다.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나에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혜능이 답했다.

 

“제자는 영남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짐짓 멀리서 와서 큰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 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
오조 대사는 혜능을 꾸짖으며 말하였다.
“너는 영남사람이요 또한 오랑캐거니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
혜능이 답했다.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성품은 남북이 없습니다(人卽有南北 佛性卽無南北).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본마음 참나인 불성자리에서 보자면, 남북이 있을 수 없다(佛性無南北). 삼팔선을 긋고 남이니 북이니 나누어놓았지만, 삼팔선도 본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동서남북을 어떻게 분간하겠는가?
오랑캐는 또 무슨 소리인가? 남에서는 북을 인민군 오랑캐라고 불렀지만, 중국에서는 중원을 제외한 변두리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을 모두 오랑캐라 불렀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진정 오랑캐일까?

달마, 이 영화를 말한다.

 

“바른 사람이 그릇된 법을 말하면
그릇된 법이 다 바르게 되고
그릇된 사람이 바른 법을 말하면
바른 법이 다 그르게 된다.
강북에서는 탱자가 되고
강남에서는 귤이 되지만,
봄이 오면 모두 다 한 가지 꽃이 피어난다.”
正人說邪法 邪法悉歸正
邪人說正法 正法悉歸邪
江北成枳江南橘 春來都放一般花
- 《금강경오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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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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