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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키워드로 본
☞ 하나. 도마뱀
멜로 영화의 제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경한 단어인 '도마뱀'. 섣불리 내용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이 '도마뱀'이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영화 속에서 '도마뱀'은 초등학교 때 아리가 키우는 애완동물이자 조강을 만나기 전까지 아리의 유일한 친구였던 동물이다. 아리는 도마뱀에게 '티루카카꾸루꾸루깐타삐아사우루스'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학교에 갈 때도, 조강과 놀 때도 데리고 다닌다. 도마뱀 때문에 사람들은 아리를 멀리 하지만 아리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도마뱀'이라는 낯설고 차가운 느낌의 동물은 이처럼 아리의 독특한 성격을 반영한다. 또한 도마뱀은 아리와 조강을 이어주는 운명의 끈이 된다. 조강은 전학 가기 전날, 애지중지하던 도마뱀을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아리를 위해 밤새워 만든 도마뱀 목각인형을 선물 하는데, 나중에 이 도마뱀 인형은 헤어져 있던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마뱀은 위험에 처해 있으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동물이다. 주인공 아리 또한 조강 옆에서 아무일 없는 듯 지내다 조강이 조금만 거리를 좁혀 오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조강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리는 마치 위험에 처한 도마뱀처럼 조강의 눈앞에서 자꾸 모습을 감추려고 한다. 조강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아리만이 간직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아리는 그 비밀 때문에 조강이, 또 자신이 상처 받게 될까 두렵다. 이렇듯 '도마뱀'은 겉으로는 밝고 명랑하지만 가슴 속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비밀을 간직한 '아리' 의 또 다른 모습이다.
☞ 둘. 숨바꼭질 사랑
영화 은 아리와 조강의 20년간 지속된 숨바꼭질 같은 사랑 이야기다. 아리와 조강은 20년 동안 세 번의 만남과 세 번의 이별을 한다.
초등학교 때 아리가 전학을 오면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한 학기도 채 되지 않아 조강이 이사를 가면서 헤어진다. 그 후로 10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만난 두 사람. 이번에도 역시 짧은 여름 방학만을 함께 보내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아리와 조강은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지만 그들 사이에는 8년 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다. 술래가 숨어있는 사람을 찾듯 20년이란 시간 동안 조강은 아리를 찾아 다니고, 아리는 조강이 찾을 수 없게 꼭꼭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난다. 그래서 잠시 만났다가 오랜 시간 동안 이별을 하는 이들의 사랑은 마치 숨바꼭질 같다.
아리와 조강이 함께 보낸 시간은 모두 합해 고작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고백 한번 없었지만 아리와 조강은 그 짧은 시간을 영원히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쉽게 저버리지 않는 것,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는 것. 아리와 조강에게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렇듯 지고 지순한 사랑의 주인공인 아리와 조강을 통해 이기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요즘, 영화 은 서로를 위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묻고자 한다.
☞ 셋. 로맨틱 멜로
아리와 조강의 20년간 지속된 숨바꼭질 같은 사랑 이야기 은 '로맨틱 멜로' 라는 장르를 표방한다. 새로운 장르적 명칭인 '로맨틱 멜로' 는 영화 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를 합성해 만들어 낸 단어이다.
영화 은 '아리'와 '조강'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생기발랄함과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재치 넘치는 대사, 아기자기한 에피소드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코미디라 불릴 만큼 가벼운 웃음을 주지는 않는다. 반면,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안타깝고 아련한 감정과 영화의 흐름은 멜로 영화에 가깝다. 그러나 결코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여기에 자꾸 엉뚱한 거짓말을 하며 사라지는 아리의 캐릭터는 영화에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느낌마저 더해 준다. 이렇듯 기존의 장르에 국한시켜 표현할 수 없는 영화 의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로맨틱 멜로' 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한 것이다.
, 등 리얼리티를 추구하며 사랑의 시린 단면을 보여주는 연애 영화와 , 과 같은 슬픈 스토리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정통 멜로가 득세를 보이는 한국 영화의 흐름에서 톡톡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 은 2006년 봄, 새로운 색깔의 사랑 영화로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 넷. '아리' 와 '조강'
항상 도망가는 그녀와 그녀만 기다리는 남자 영화 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아리'와 '조강'이라는 인물이다. 이름부터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 '아리'와 '조강'은 이제껏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남녀 주인공이다.
'아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는 친구가 없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노란색 우비를 입고, 한 쪽 가슴에는 이상한 이름의 도마뱀을 붙이고 다니던 그녀. 친구를 사귀려고도 하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한 말을 해서 도망가게 만들어 버린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리는 미국 귀신에게 영어를 배웠다는 둥, 지구에서는 공기가 안 맞아 살 수가 없다는 둥 조강에게 거짓말을 늘어 놓기 일쑤다. 반면 '조강'은 바보처럼 순진하고 착한 남자다. 아리가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한밤 중에라도 뛰어 나가 무슨 수를 써서든 초밥을 구해오고, 어릴 때 은행원과 결혼하고 싶다던 아리의 말을 기억하고는 진짜 은행원이 되어서 아리를 기다린다.
독특하고 당돌한 여자 아리와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것처럼 순수한 남자 조강. 너무 다른 이 두 캐릭터는 더없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만의 생기를 부여하고, 여기에 강혜정(아리 역)과 조승우(조강 역)라는 배우는 '아리'와 '조강'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리'와 '조강'의 캐릭터는 그만큼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전하는 진실된 사랑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따듯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