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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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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대학 방송국 동기인 혜완(강수연), 경혜(심혜진), 영선(이미연)은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이혼을 하고 나름대로 독립적인 길을 개척하며 살고 있는 혜완에게 어느 날 경혜로부터 전화가 온다. 영선이 자살시도를 해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 이 일을 계기로 세 친구는 결혼 이후 소원해지면서 서로에 대해 모르고 지냈던 나름의 상처를 털어놓게 된다. 매우 현실적인 성격으로 중매결혼을 했던 경혜는 남편의 바람기에 애써 태연한 척하며 살고 있었고, 영선의 자살시도 또한 남편 때문이었다. 함께 유학 가서 갖은 고생을 하고 남편만 성공시키고 돌아온 영선은 이제서야 자신의 삶이 너무 억울하다. 혜완의 독립적인 생활은 영선에게 자극이 되지만 영선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고 결국 자살한다. (임재원)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러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위의 글은 수타니파타 '남전대장경'의 시경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수파니파타는 제1장 뱀(蛇品). 제2장 소품(小品), 제3장 대품(大品), 제4장 의품(義品), 제5장 피안(彼岸) 등 5장 1,149수의 단편으로 된 경전 모음입니다. 위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제1장 사품에 나오는 35수-75수까지의 내용입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좋은 글입니다. 경전 내용 모두를 보려면 http://www.myhand.kr/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성철스님의 법문집, 혜거스님의 유식 30송 강좌, 도올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영상 강의 등 유익한 자료가 가득 합니다.

 

  수타니파타(Sutta-nipāta)란?

  팔리어(語)로 기록된 남방 상좌부(上座部)의 경장(經藏)에 수록되어 있는 경전. 하나의 시집인데 산문도 더러 포함되어 있다. 《경집(經集)》이라고 한역하는데, 사품(蛇品:뱀의 章), 소품(小品:작은 장), 대품(大品:큰 장), 의품(義品:여덟 편의 시의 장), 피안도품(彼岸道品)의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시불교의 경전 중 가장 오랜 작품으로, 특히 의품과 피안도품 등 3장은 최초에 독립되어 유포되었던 불교 최고(最古)의 경전이다.

 

  ① 사품에는 12경이 있는데, 그 제1경에 “비구는 뱀이 허물을 벗듯이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는 구절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사경(蛇經)이라고도 불린다. 제3경에는 수행자를 위해 모든 집착을 버리고 “외뿔소처럼 홀로 유행(遊行)하라”는 유명한 시가 반복되고 있다.

 

  ② 소품은 비교적 짧은 경 14개로 되어 있고,

 

  ③ 대품은 상당히 긴 경 12개로 되어 있다. 그 중 대품의 제1경인 출가경(出家經), 제2경인 정근경(精勤經), 제11경인 나라카경(經) 등 3경은 석가의 전기에 관한 가장 오랜 자료이다.

 

  제9 바세타경(經)에서는 출신성분에 의해서 브라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위에 따라서 브라만도 될 수 있고, 수드라(천민)도 될 수 있다고 하여 4성(四姓) 평등의 이치를 설명했다.

 

  또한 12경의 이종수관경(二種隨觀經:두 가지의 관찰)은 소박한 형식으로 연기(緣起)의 이치를 설하고 있다.

 

  ④ 의품은 8게품(八偈品)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여덟 편의 시로 이루어진 경이 많기 때문이다. 한역 《의품경(義品經)》이 이에 해당한다.

 

  ⑤ 피안도품은 앞의 경전들과는 달리 전체가 통일성을 지니고 있는데, 16명의 학생이 차례로 석가에게 물으면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수타니파타》가 현재의 형태로 결집된 것은 BC 3세기 이후의 일이다. 또한 이 《경집》에는 《니데사:Niddesa(義釋)》라고 하는 오래된 주석서가 있다. 이것은 의품 ·피안도품의 2장과 사품 제3경에 대한 어구주석이다. 이 주석서의 성립 당시(BC 3세기의 아쇼카 왕대) 아직 《경집》 전체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새로운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은 최고대의 불교를 밝힐 수 있는 훌륭한 자료이다. 순수하고 소박한 불교사상을 설명하며, 초기 교단의 형세를 반영하고 있다.

 

 

  소설 독후감: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동기는 불순했다. 사회학 전공 과목 수업의 실라버스에 참고서적으로 이 책이 쓰여져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 생각없이 다음학기에 들을 수업을 위하여 라는 명목하게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공지영'이라는 작가에 대해 익히 들어온 '페미니즘'을 논하는 작가라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접한 공지영의 소설은 《봉순이 언니》였다. 사람들은 그 소설을 공지영의 소설같지 않다는 말로 평하곤 했었고, 혹자는 왜 그녀가 그런 소설을 썼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는 식의 표현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그 때와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대했고, 그랬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알 수 없는 미묘한 무언가를 지닌 것 같았다.

 

  이야기는 세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혜완, 경혜 그리고 영선. 그들은 명문대에 진학하여 꿈만은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들은 무엇이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그럴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그다지 관대하지만은 않았다. 처음 그녀들을 시험하는 사건은 다름 아닌 학교 방송부 선배와의 일이었다. 한 명의 남성이 세명의 여성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여, 나쁘게 말하자면, 갖고 논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 책의 도입 부분으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 듯 싶다. 그저 그들의 평탄치 못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예고에 불과하다고 할까. (물론, 이 사건이 훗날 그들이 함께 할 때 공유할 수 있는 소재중 하나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이 지닌 능력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드리워진 그늘과도 같은 것이었다.

 

  혜완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었다.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딸셋만 가진 그녀의 어머니가 평생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아들낳지 못하는 며느리로서의 한을 가지지 않아도 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의 어린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모든 이들이 그녀가 아들을 죽였노라고 이야기했고, 그녀 역시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사회화로 인한 희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아들을 가슴에 묻으면서 알 수 없는 열등감을 얻게 되었고, 남편과의 이혼 이후 소설가로서 다시 일어서는 듯하지만 결국엔 당당치 못하게 선우에게 은근히 기댐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려 든다.

 

  경혜는 시대의 흐름을 미리 읽을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그러기에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이용하여 방송국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의 직업생활 역시도 결혼과 함께 무마되고 말아버린다. 결혼이라는 하나의 울타리는 그녀에게 그저 착한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삶만을 강제할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와 같은 큰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 순응하여 살고자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희생하며 산 그녀에게는 그녀 자신만의 인생이 없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무기력함으로만 대처하게 되고, 결국 자신 역시도 사랑 없는 결혼생활과 함께 일종의 성적 타락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딸에게 “시집가서 남편 뒷바랄지나 하라고…… 그게 여자가 바랄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이라고…… 더 이상은 꿈도 꾸지 말라고…… 그도 아니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줄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겠노라며, 여성으로서 살면서 안아야 하는 한계점 안에 스스로 안주하려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인물은 위에 언급한 두 사람이 아닌 영선이다. 영선의 삶은 가히 기구하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결혼이었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믿고 그녀는 결혼했고, 블란서로 남편과 유학을 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궁핍했고 경제적 생활고 앞에서 그녀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것은 남편 아니, 남성의 삶을 위한 여성의 희생이었다. 혹자는 그것이 스스로 택한 희생이었노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은 영선 스스로 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와 같은 희생은 당연스러운 것이었고, 어느 누구도 남편과 영선이 둘 다 같이 돈을 벌고 같이 학업을 해야 된다고, 혹은 남편이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 영선을 공부시켜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남성을 위해 여성은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의한 무언의 강요였던 것이다. 그녀의 무기력함은 혜완과 경혜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에 의해 학업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자신의 작품이 남편의 것으로 둔갑하여 세상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렇게 무너지는 자기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술'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야만 했고, 그러한 그녀는 우울증환자, 알코올중독자 라는 낙인찍힌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것이다. 일을 위해 만난다는 여성과의 잠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남편을 바라보면서도 그에게 화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그러한 화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로, 자살이라는 어리석다 싶은 방법으로 표출되고 말아버린 것이다.

 

  세 명의 여성은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삶이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녀들에게는 남들보다 못한 것이 없었고, 나름대로의 뛰어난 능력들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남성에 의해 주도되어가고 있고,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인 수단이 불과한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머니의 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언급하고 있다. 악마가 자식을 훔쳐갔을 때 자신의 것들을 잃으면서 끝까지 쫓아가 결국 자식을 찾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사회는 '여성'이 아닌 어머니로서의 인고의 삶을 당연시 여기도록 요구하고 있다. 작가는 그와 같은 요구에 대해 한마디 말을 던진다. 그렇게 되찾은 자식은 “우리 어머니의 몰골은 이렇게 흉칙하지 않다”

라는 말로 어머니를 부인한다라는…… 그것은 믿고 의지했던 자식마저도 어머니를 인정치 않는 비극에 대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삶이 일방적인 남성의 잘못에 의한 결과라고 작가는 결코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 목소리가 여성에게 씌워진 굴레의 부당함에 대한 목소리에 비해 굉장히 작기에 작가의 의도를 오해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것은 '선우'라고 하는 인물을 통해 잘 형상화되어 있다. 그는 혜완의 전남편과 친구 사이이다. 혜완의 당당한 모습을 바라보고, 그녀가 아이 잃음과 이혼으로 방황할 때 그 옆자리를 메워주었던 인물이었다. 그는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넌 결국 여성해방의 깃발을 들고 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했던 거야”라는 말을 통해 그는 그녀에게 남성에게의 의존적인 삶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리고 작가 역시 여성으로서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부인할 수 없는 여성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소설이 어쩌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 혼자만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너무도 지나친 비약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 땅의 여성이라면 어느 정도는 공감할 이야기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작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을 던진다. 그말은 남성을 배제한 여성들만의 천국을 꾸미라는 게 아니다. 그것은, 여성으로서의 진실된 홀로 섬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구체화된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말을 통해 작가는 남성 위주의 사회 안에서 자신을 잃은 삶으로 안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되 결코 그대로 놔두지는 말라던 어떤 이의 말과도 부합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출처 : 이승하 : 화가 뭉크와 함께 이후
글쓴이 : 이승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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