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굴렁쇠 같은 인생 /청하 허석주

♣ ♣ 굴렁쇠 같은 인생 /청하 허석주 어린아이가 푸른 들판을 솜털 같은 마음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서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간다 하지만 굴렁쇠는 아이가 미는데로 동그런 원을 맴돌았을뿐 힘들게 달린건 아이몸이다 때로는 달리다가 넘어지고 쓰러지기도 하고 멈춰 서기도 하지만 아이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아이가 달린건 인생길이요 굴렁쇠가 수없이 맴돈건 삶의 길에서 흔적도 없는 세월의 꿈이다 굴렁쇠는 자기 공간만 반복해서 돌았기 때문에 매일 그 모습이고 변한건 아이에 모습 뿐이다 어린아이는 굴렁쇠를 밀며 달리다가 어느새 청년이 되었고 반백의 중년이 되고 말았다 이제 노인은 굴렁쇠를 한발 두발 밀고 가다가 눈앞에 맞선 내리막길 앞에서는 굴렁쇠를 어깨에 메고 간다 모두가 함께 가는길에 세월의 밀대가 흔들리면 굴렁쇠는 넘어져 주저 앉거나 비틀대며 쓰러지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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