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우연히 TV에서 한국의 60년대 흑백 영화 한 편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거실에서 살짝 잠들었다가 고개를 드니 EBS특선 명화가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제목은 ‘까치소리’. 김동리가 1966년 현대문학 10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까치소리>를 김수용 감독이 1967년에 영상으로 옮긴 것이었다. 금년 1월 6일
일요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EBS를 통해 재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참으로 특별한 영화다. 우선 그 당시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던 청춘
남녀 배우가 총출동했다. 남자 스타로는 신성일, 이대엽, 윤양하가 나오고, 여자
스타로는 고은아. 윤정희, 남정임, 한은진이 나온다. 특히 그 유명한 여배우 트로이카를
한 영화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영화는 약혼녀를 두고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갔던 한 마을의 두 청년, 봉수(신성일)와
장배(윤양하)의 제대 후 좌절한 인생을 보여준다. 그 반면에 군 징집을 기피하고 친구의
약혼녀를 가로챈 지주의 아들 상호(이대엽)의 모습을 빌어 부조리한 당시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대강 이야기 하자면 아래와 같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저녁 까치가 울면 초상이 난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까치가 길조(吉兆)로 나타나는 것은 전쟁터에 징집되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봉수가 2년후 살아서 돌아왔을 때뿐이고, 까치가 울면 불행이 잇따랐다.
까치가 울면 봉수 어머니(한은진)는 숨이 멎을 것 같은 기침의 고통에 시달렸다.
고통에 못이겨 노모는 “봉수야, 나를 죽여 다오.” 라고 외친다. 봉수는 그럴 때 마다
어머니를 목 졸라 죽이고 말 것 같은 살의를 느낀다. 약혼녀 정순(고은아)은 면서기 상호가
위조한 봉수의 사망통지서에 속아 상호와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낳아 살고 있었다.
봉수는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약혼녀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일념에 손가락을
잘라 의병제대를 할 정도로 정순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봉수는 이미 친구의 아내가 된
정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침내 정순이 친정에 간 틈을 타 정순을 몰래
만난 봉수가 정순을 데리고 도망치려다 상호에게 들켜 처참하게 구타당한다. 정순은
상호와 봉수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다.
봉수의 여동생 옥란(윤정희)은 사랑하던 남자 장배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제대하여
성불구자가 되었는데도 결혼을 한다. 봉수는 불행한 결혼이라고 옥란의 결혼식에 참석하
지도 않는다.
고등학교 3년생인 상호의 여동생 영숙(남정임)은 오빠의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에서
봉수를 동정하다가 연모하는 사이로 변한다. 영숙은 마침내 봉수를 갈대숲에서 만나 몸을
허락하게 되는데 봉수는 난데없이 울어대는 까치소리가 들리면서 영숙의 얼굴이 어머니의
고통스런 모습으로 겹쳐 보였다. 봉수는 엉겁결에 영숙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마는 살인자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자살한 정순의 상여가 나가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영화제목에서 암시하듯
까치소리의 주술에 걸려 일어나는 운명적인 사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전쟁이
바로 그 밑바닥에 깔린 불행의 단초가 아닐까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군제대후 암담한 현실에 좌절하는 봉수 ---> 화려한 청춘 스타 신성일
봉수(신성일)가 제대후 이제는 상호과 결혼하여 아들까지 둔 약혼녀 정순을 만나러
가는 길을 막으려고 애쓰는 노모(한은진)의 애처로운 모습
전쟁터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약혼자 봉수가 살아서 돌아온 후 갈등에 빠진
정순(고은아) --->청순 가련형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 친구 상호의 아내가 된 약혼녀 정순(고은아)을
만났다가 상호에게 구타당하여 쓰러진 봉수(신성일)
봉수에게 나쁜 짓을 한 오빠(상호)에 대한 죄책감으로 봉수를 동정하다가 봉수를
연모하게 된 영숙(남정임) ---> 예쁘다
병마에 시달리는 어머니와 오빠 봉수의 불행에 상심하는 옥란(윤정희) --> 1967년
은막에 데뷔. 지난해 모 이벤트회사에서 윤정희영화 40주년 회고전을 개최했다.
봉수의 동생 옥란(윤정희)은 군입대하기 전 사랑했던 장배(윤양하)에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하는데, 전쟁터에서의 부상으로 성불구자가 된 장배는 반대를 하다가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 와! 둘 다 영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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