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대보다 다소 당황스러웠던 MBC <스포트라이트> 첫화
사진 추처: 마이데일리?
방송기자를 소재로 한 전문직 드라마가 나온다고 했을 때,
그 주인공이 손예진, 지진희였을 때,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내숭떨지 않는 역할의 손예진은 호감이고,
지진희의 연기에 박수쳐본 적은 없지만 사람 자체가 호감이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극본을 쓴다는 하얀거탑의 이기원 작가가 방송기자들의 세계를 어떻게 얼마나 보여줄 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연예계의 뒷모습을 담아 화제를 모은 <온에어>의 종영과 디졸브 돼 시작한 <스포트라이트>,
기대치가 다소 컸던 걸까?
첫 회를 보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1. 이야기가 아닌 화면을 위한 감독의 연출
PD가 화면 스타일링에 욕심이 과한 것 같다.
이야기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 거부감이 없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데,
오히려 이야기 몰입에 방해를 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서우진(손예진)이 탈옥수 장진규와 단독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텔에 들어갔을 때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실수로 휴대폰을 떨어뜨리던 장면.
다소 코믹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분명 긴장감 있는 장면이었고, 따라서 연출도 급박하게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감독은 무려 이 부분에서 슬로우 모션을 이용한 코믹 CF를 연출했다.
전문직드라마 답게 각종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나름 '경찰들이 현장에서 뛰는 모습은 저렇구나' 싶었던 찰나에 앞뒤와 딱 동떨어진 느낌으로, 노다메칸타빌레 등의 코미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으로 연출된 그 씬에서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코믹 요소를 첨가하고 싶다하면, 그런 극단적인 코미디적 연출이 아니고서라도 컷편집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경찰이 모텔 앞에 잠복하는 씬 등에서 지미집을 적극 활용한 것은 처음에는 조금 생소했지만, 중계하는 느낌이 나서 괜찮았다.
등장인물을 자막을 통해 소개한 건 바람직한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굿!
이것저것 다양한 화면연출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시도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야기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는 '보여주기만을 위한 보여주기'는 삼갔으면 한다.
2. 경찰을 무능력함의 대명사로 만들어버림.
극을 드라마틱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치기엔,
경찰을 아예 무능력의 대표주자로 묘사했다.
범인을 못 잡는 건 그럴 수도 있다 치자.
범인이 경찰서에 당당하게 들어갔다가 형사와 마주쳤는데도, 형사가 "너 탈옥수 장진규랑 똑같이 생겼는데~!!" 라며 웃어넘기다니.
좀 너무하지 않은가.
테잎을 얻기 위해 경찰국장과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기자의 권력을 은연중에 드러낸 거는 실제와 별반 다를 바 없다손 치더라도,
경찰국장이 갑자기 술에 취해 예전같았으면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 말하는 걸루 만들다니. 아직까지 안기부에 향수를 품고 있는 경찰인 것 처럼 말이다.
경찰 비하가 끊임없어 불편했다.
설마, 앞으로 방송기자는 영웅이요, 경찰은 무능력으로 내용을 전개하진 않겠지.
3. 미스 캐스팅?
조윤희가 손예진보다 선배라는 걸 알아차리기에 시간이 좀 필요했다.
처음엔 질투 많은 동기인 줄 알았다.
김보경의 연기는 사회부 2인자인 '바이스캡'이라고 하기엔 카리스마가 현저히 떨어지는 듯.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연기여서 김보경이 맞는지 아닌지 계속 곱씹었다.
아직 구체적인 캐릭터가 안나와서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모두 캐릭터에 맞는 좋은 연기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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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2008년에 써 놓았던 게 임시보관함에 들어 있길래
뒤늦게나마 공개한다.
이후로 스포트라이트 몇 번 보다가 말아서
어떻게 진행되고 끝났는지는 모르겠다. (무책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