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태극기 휘날리며 (매일신문 `07.6.21)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태극기 휘날리며 | ||||||||
전쟁 영웅담이나 이념적 갈등을 그린 대부분의 전쟁영화와는 달리, '태극기 휘날리며'는 역사가 어떻게 한 개인의 운명을 뒤바꾸어놓는지, 어떻게 개인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참전한 형 진태(장동건)와 형의 무모한 과잉보호가 원망스러웠던 동생(원빈) 간의 사랑과 미움의 갈등,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파고든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전사자의 유해 발굴 장면으로 시작된다. 반백이 된 동생이 형의 유해와 유품을 마주하며 오열한다. 한때는 전공에 눈이 멀었다고 형을 원망했는데, 그 원망이 죽음으로 내몬 것은 아니었을까. 온갖 죄책감과 회한 속에서 침묵해왔던 동생의 눈물은 살아남은 자의 공유된 상흔이었다. 형 진태는 동생을 살려 보내기 위해 참전했지만, 점점 폭력과 살육의 수위가 높아져 전쟁광이 되어간다. 전쟁공로로 국군훈장도 받고, 나중에 인민군 깃발부대의 전쟁영웅으로 이름을 날리는 진태. 무엇이 그토록 그를 광기로 몰고 간 것일까. 첫째는 동생이 전사한 줄 알았던 진태는 삶의 목표를 앗아간 적군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었고, 둘째는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이 간첩으로 몰려 처형당할 때,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패배자로서의 굴욕감, 셋째는 다른 남자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남성적인 본능 때문이 아닐까. 인간에 의한, 인간을 향한, 또한 그들이 속한 집단의 인간을 위한다는 전쟁은 여러 가면을 쓰고 이상적인 덕목을 내세우지만,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그런 지옥 같은 경험을 하고 한세월을 보낸 강원도의 전사자와 모든 참전용사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