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문화
[스크랩] 접속 - 일상의 영화화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14. 09:06
접속 (1997)
8.6
접속은 90년대에 나온 한국영화의 지형을 바꾼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장르가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일상 삶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딘지 거창하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접속을 전후로 하여 - 명 필름이 주도한듯도 하다 - 거창하지 않은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다수 선사되었다.
아무리 그런 영화들이 다수 소개가 되었다고 해도 흥행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되면 흐름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도로 끝날 수 있었지만 당시 사회의 흐름도 서서히 모든 사람이 대동단결하여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각자 개개인의 이야기에 보다 집중되는 사회 변화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맞 닿으면서 흥행이 된 작품이 '접속'이 아닐까 한다.
문화가 유행이 되거나 흥행이 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정서와 감성과 느낌을 건드렸을 때 성공한다고 할 수 있다. '접속'은 당시에 새롭게 유행하고 있던 인터넷 환경과 맞 물리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인터넷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신기함이 더해져 더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등에 접속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금은 생각하기도 힘든 전화 선을 컴퓨터에 연결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인터넷을 통해 의사소통을 나누고 채팅창을 열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고 모험적이기까지 한 일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볼 수 있는 존재로써의 내 이름과는 달리 인터넷 상에서만 통용되는 닉네임은 실 생활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존재감을 선사했다.
특히, '접속'이 나온 이후에는 많은 청춘남녀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이성을 만나기를 꿈꾸면서 접속하고 많은 동호회에 가입하여 채팅도 하고 모임을 통해 만나기도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일들은 지금 이 땅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지만 별개의 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아무리 인터넷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해도 상대방을 직접 만나거나 얼굴을 알지 못한다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인터넷에서 만나고 글을 읽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도 못 챌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접속'은 그런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석규와 전도연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하게 만나지만 서로 상대방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가장 인상적이면서 '접속'의 상징적인 모습이 바로 한석규와 전도연이 좁은 통로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교차해서 지나는 장면이다. 이토록 우리가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날 사람은 언제가 만난다는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석규를 처음 본 것은 우리들의 천국에서 나왔을 때이다. 그 당시에 배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잠시 출연한 보조 출연자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것을 보면서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서울의 달등에서 배우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바로 이 영화 '접속'을 통해서 당대의 배우로 우뚝 서게 된다. 일상을 연기하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한석규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연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연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한석규가 더욱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본다. '접속'을 시작으로 출연한 영화마다 전부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것도 전부 신인 감독과의 작품이였다는 사실이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20대에 통통 튀면서 애교만점의 연기를 선보였다. 지금도 그런 애교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때 가장 전도연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뱅뱅' 청바지에서 나온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연기보다는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연기로 인정을 받고 상을 받으면서 이제는 여자 배우들 중에서도 저 멀리 앞서간 배우지만 무엇보다 본인만의 독특한 발성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너무 전도연이라는 이름에 짓눌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아예 TV드라마 같은 가벼운 작품으로 연기를 해 보는 것이 어떨까도 싶다.
우연히 EBS에서 하는 걸 보자마자 그 즉시 보기로 결정할 정도로 간만에 본 영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극장이 바로 피카다리 극장인데 바로 그 피카다리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 이제는 롯데시네마 극장으로 변화되어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 영화를 보고 나와 이 자리에서 전도연이 서 있었구나 저 매장에서 한석규가 앉아 있었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극장 앞에서 비가 올 때의 장면도 인상에 남는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유니텔에 접속하고 채팅창을 띄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새롭고 반가웠다. 예전에는 그렇게 채팅창에 접속해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왜 그러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지금은 간단한 이야기를 문자와 같은 매체를 통해 서로 이야기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예전에 삐삐도 없던 시절에는 약속 장소에 먼저 가 약속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으면 무작정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할 것이 없던 시절이다. 그나마 너무 오래 지체되며 집에 전화해서 확인을 하고 그때까지 집에 있을 때의 판단에 대한 점등에 대해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지금은 그런 일들이 거의 없어 각자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와 같은 정서적인 추억을 간직하기 힘들어 졌다는 점에서는 그때가 더 좋았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그만큼 여유를 갖고 생활했다는 뜻도 되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라이센스를 지불하고 영화 OST를 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이 영화의 음악감독이 자신은 세상에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알렸다는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는 말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 전까지 영화 음악이라는 것이 화면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면 안되어 나오는 음악이였다고 하면 이 영화에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화면을 공백을 메꾸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드는 작용을 하지 않았나 한다.
'접속'이 상영되면서 A Love's Concerto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차트 1위를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역시 Pale Blue eyes다. 며칠전에도 들을 정도로 나에게는 아직도 남아있는 노래다. 굳이 들으려고 했다기 보다는 핸드폰에 수백곡 저장된 음악중에 하나로 아직도 질리지 않아 남아 있는 노래지만 여전히 들을 때 마다 좋고 어제 영화를 보면서도 음악이 나올 때 따라부르면서 들었다.
그 외에도 좋은 노래가 많아 접속OST를 전부 들었다. 어제 다시 영화를 보면서 나온 노래들을 들으며 다시 옛생각에 젖어 들기도 하면서 과거로 돌아가게 해 주는 영화가 어느덧 되었다. 보면서 이 영화가 언제 영화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보니 97년도 작품이다. 시간적으로도 포털이 막 나오기 전이였다. 지금처럼 고속 인터넷 선이 나오기 직전이였고. 그렇게 나이를 먹으며 과거를 회상할 영화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으로 보인다.
출처 : Slow and Steady 2.0
글쓴이 : 핑크팬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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