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화려한 휴가 배우들의 캐스팅 이야기 (안성기,김상경,이요원,이준기)
[사랑도 영화도 운명처럼 다가오나 봅니다.]
캐스팅의 첫 출발은 상쾌한 콧바람이 나올 정도로 행복한 과정이었다. 시나리오가 나오고 난뒤, 캐스팅을 위해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드린 분이 바로 안성기 선배님이다. 영화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안성기선배님과 영화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영광스러운 일이다. 단지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니라, 삶과 사람에 대한 선배님의 그 훌륭하신 모습을 곁에서 보고 배울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3일만이었다. 안성기선배님이 흔쾌히 출연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거 캐스팅이 너무 쉽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캐스팅 때문에 고생하는 것보다야 백배 나은 상황이니 너무 기뻤다. 안선배님이 확정되자, 우리는 시나리오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겼다.
이거 주인공들 너무 빨리 결정되는 거 아냐? 하는 약간의 자만섞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생각한 ‘민우’역할의 배우A에게 시나리오를 주었다.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해주고나서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온갖 생각들을 다해보게 된다. 앞질러서 먼저 했던 영화의 개런티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전에 같이 영화했던 스탭들에게 배우의 성격도 들어보기도 하고... 마치 우리 배우가 된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1주일정도 지났을까 A의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시나리오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들떴다. 곧 배우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다. 이거 잘하면 일이 금방 되겠는걸 하는 오만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2주후에 무참히 깨졌다. 배우가 좀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었다. 소재에 대한 부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일단, 김지훈감독과 이 소식을 나누었다. 우리는 아쉬운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하게 그 배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5.18’을 다룬 소재적인 부담도 있을 테고, 감독도 <목포는항구다>라는 코미디를 만든 감독이고, 제작사인 기획시대도 뚜렷한 흥행작인 없는 회사이고... 모든 상황이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이다.
또 다른 배우 B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역시나 매니저는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배우에게 전해주겠다고 했다. 1주후 돌아온 답은 YES 도 NO도 아닌, 시나리오가 수정된다고 하니 조금 더 고친 것을 보고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캐스팅을 하다보면 그정도의 반응은 캐스팅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이다. 대부분은 그런 답도 듣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3달간을 배우 B에게 공을 들였다. 시나리오도 수정해서 보여주었고, 그에게 맞는 여배우를 접촉해놓기도 했다. 2006년 2월말이 되어서야 B에게서 최종 답변이 돌아왔다. 힘들겠다고...... 안선배님을 캐스팅하고 난지 반년이 지나가버리는 순간이었다.
2006년에는 영화를 꼭 찍고 싶었는데, 우리는 왠지 작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올해 영화를 찍을 수는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날, 우리는 3월말까지 캐스팅이 안되면, 올해에는 찍을 수 없으니, 그때까지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지노선을 정하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우리가 후보로 정한 배우들 모두에게 시나리오를 공히 돌려보기로 했다. 물론 몇 명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는 다른 배역들도 미루지말고 신속히 캐스팅을 진행하기로 하고는 아주 전투적인 캐스팅작업에 들어갔다. 매일 많은 매니저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좋은말, 걱정스런 말, 짜증나는 말, 이런저런 말이란 말은 다 들어보았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우리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동생’역할인 준기가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고,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잘 믿지 않았다. 그가 주인공보다 적은 역할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그런데, 감독과 나의 앞에는 준기가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이틀 뒤, 김상경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겠다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는 그 자리에서 2번을 연달아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1주일 정도 뒤에, 요원씨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6개월동안 정말이지 마음고생이란 고생은 심하게 했는데, 일은 또 그렇게 쉽고도 매우 만족스럽게 풀려졌다. 송재호선생님, 나문희 선생님, 박철민 형, 박원상씨등 우리는 우리가 정말 원했던 배우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때 그 분들과 정말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모든 배우분들이 이미 촬영을 시작하기 전 시나리오를 읽은 채로 한마음이 되었던 것이다.
감독과 나, 그리고 ‘민우’(김상경 분)는 우리 배우들과 스탭들의 만남을 결코 우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화려한 휴가’라는 운명적인 작품에 이끌려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서로의 땀과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인간들이 되었다. 사랑도 영화도 운명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