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Pasado 25] 결혼은 미친 짓이다.
레포트다 시험이다 이래 저래 치이는 유쾌한씨는 유쾌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시사회의 홍수 속에서 살면서도, 연고지인 S시에서 시사회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점차 작품명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일전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을 이만교씨의 원작 소설을 읽은 바 있기에 즐거운 발걸음을 향했다. 유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도 유쾌한씨의 기대에 한 몫 했다. 그의 처녀작인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간야 한다.>를 이후로 다시는 영화를 안 만들 줄 알았던 그가 또 영화를 만들다니.. 그가 첫 작품 이후 운신한 폭을 보고 싶었다.
극장을 나오는 유쾌한씨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레포트에 치인 유쾌한씨 영화에도 치이다. 헉! 개봉하기도 전에 이 영화가 왜 그리 떠들썩했나 했더니 "싸이더스" 구만. 싸이더스 측은 이 영화의 관객 동원력이 60만 정도로 보고 있다 한다. 그렇게 떠들었으니 그 정도는 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유쾌한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직업과 취미의 차이를 생각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너무 심플하다. 이만교씨의 소설이 깔끔하게 처리되어 매력을 지닌 반면에 이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깔끔하다.
원작을 각색해 만드는 영화들은 그만큼의 모험이 따른다. 근자의 예로 "반지의 제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작이 훌륭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유하는 어떻게 처리할려고 하는건지... 소설과 영화를 둘 다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마치 카피본 같다. 일자들은 유하 특유의 색채로 각색했다는데 뭘 두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무슨 놈에 대사가 하나같이 단답형인가. 그게 유하의 색깔
인가. 어느면에서 보나 소설과 별반 다를게 없는 작품이다. 유쾌한씨는 차라리 영화를 보는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얘깃거리가 되고 있는 걸 보면, 대부분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에 관한 얘기다.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바람기가 있는 남자나 여자와 살게 된다면.,,? 결혼의 조건은? 과 같은 것에 대한 얘기들이 관객들 속에서 나온다. 둘러보면 이 영화는 어때하며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은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만큼 흥미롭다는 것을 얘기해주는 반면에 영화로서 본다면 별 볼일 없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 얘기하고 있는 주제는 20, 30대의 최대 관심사라고도 할 수 있는 "결혼"이다. 감독은 제목에서 보여주듯 영화에서도 보여주고 있다.(당연히 소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 주제, 얘깃거리에 대해 풀어가기 위해 영화는 무슨 방법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잡담같다. 어느 날 한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일 이런 일이 있더라. 웃기지 않냐"하는 식의 얘기 같다. 유쾌한씨 생각으로는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우성과 엄정화. 이 두 주연 배우들의 잘못만은 아니겠지만 왜 그리 겉도는 느낌인지. 그리고 얘기를 풀어 내기 위해서 섹스신을 그리 많이 넣었을 필요가 있을까. 후~. 이 방법이 아니라면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든지 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유쾌한씨는 유하에 대해 생각했다. 시인 유하 일까, 감독 유하일까. 세종대 영문과를 나와 동국대학원 영화과를 졸업한 유하. 1988년 등단한 이래 키치 문학의 선두주자로 각광받던 그는 대중 사이에 시인 유하로 알려져 있다. 유쾌한씨와 같은 선상에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유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시인 유하로 남길 바랄 것이다. 정실부인인 시를 나두고 영화와 바람 피지 말라고. 하지만 문제는 유하에게 영화가 외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떨는지 유쾌한씨는 기대 반, 우려 반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