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카멜레온’ 김하늘
카멜레온’ 김하늘
배우 김하늘이 달라졌다.
1996년 의류 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데뷔한 김하늘. 그는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 ‘투 헤븐’, 영화 ‘동감’, 드라마 ‘피아노’ 등을 통해 2000년 초반 대표적인 청순가련형 여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에 출연해 발랄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었다. ‘청순가련’ 혹은 ‘발랄’. 대중은 배우 김하늘을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대중은 그에게 한 방 ‘먹었다’. 도도하고 독한 오승아, 김하늘은 제대로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달라져야만 했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여배우의 사명임을 알고 있었다. 운동을 시작했고 살을 찌웠다. 섹시한 관능미, 씩씩한 건강미, 터프한 야성미…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멀리해 왔던 것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하늘은 23일 개봉될 영화 ‘7급 공무원’에서 난생처음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수영·승마·제트스키·사격·격투기를 배웠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텀블링도 배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한다. ‘청순가련’ ‘코믹 발랄’의 틀을 박차고 나온 김하늘. 내재돼 있던 당당한 카리스마와 그동안 쌓은 연륜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내추럴함(자연스러움)’과 잘 조화돼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승마가 제일 어려웠어요. 처음엔 제트스키도 어려웠는데, 그건 제가 조종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말은 위에 탄 사람이 초보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채더라고요.(하하)” 다른 이야기를 할 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그는 열심히 액션 장면을 설명했다. 모두 처음 접해본 운동이었음에도 3개월간의 준비 끝에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스스로 해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98년 찍은 ‘바이준’이 그의 첫 영화라면 ‘7급 공무원’은 열 번째 영화다.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최근엔 ‘투 헤븐’ 이후 11년 만에 조성모의 7집 ‘행복했어요’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들어 데뷔 때 생각이 부쩍 많이 난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얼굴을 10년 넘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절대로 지루해 보이는 배우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항상 신선한 모습의 김하늘로 대중 앞에 서는 것, 그게 저의 바람이에요.”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스타는 혼자서 탄생하지 않는다. 김하늘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배우 김하늘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곁에서 그를 돕는 스타일리스트·메이크업 아티스트·헤어 디자이너·사진가·무술감독의 얘기를 들어봤다.
육감적 몸매라 짧은 바지 어울려 스타일리스트 고병기
2007년부터 김하늘 의상 담당.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임수정, ‘눈의 여왕’의 성유리 의상을 맡았고 한가인과 지진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나와 작업하기 전 김하늘은 여성스러운 파스텔톤 의상을 주로 입었다. 타이트한 옷과 짧은 의상은 거의 입지 않았다. 옷도 역할도 여성스럽다 보니 사람들은 그가 매우 말랐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늘이를 만났을 땐 운동을 시작한 이후라 근육도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다.
그와 일을 시작하면서 어떤 것도 다 잘 어울리는 배우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처음 CF작업을 같이 하게 됐을 때가 생각난다. 검은색 옷을 권했는데 자신에게 검은 옷이 안 어울린다며 망설였다. 하지만 모노톤도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하늘이는 받아들였다. 이런 식으로 짧은 옷과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에 대한 고정관념도 버릴 수 있었다. ‘온에어’에서 특히 짧은 반바지와 스키니 진을 많이 활용했다. 이제는 본인도 짧은 옷을 스스럼없이 잘 입는다. 수시로 대화를 하는 편이라 의상과 컨셉트를 정할 때면 많은 도움이 된다. 의상을 매치할 때 신경 쓰는 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말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실 하늘이는 생각보다 육감적인 몸매를 가졌다. 골반은 좀 크고 허리가 잘록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리는 정말 긴 편이다. 다른 한 가지는 어깨가 너무 초라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른 부위에 비해 볼에 살이 좀 있는 편이라 어깨 부분이 너무 처졌거나 딱 붙는 상의를 피해 볼살이 너무 부각되지 않게 한다.
‘7급 공무원’에서는 국정원 요원 역할이기 때문에 심플하고 직선적인 면을 살리려 했다. 액세서리는 최대한 자제해 전문요원의 느낌을 살렸다. 앞으로는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컨셉트는 물론 거칠고 야성적인 모습까지 모두 시도해 보고 싶다.”
내가 보는 김하늘은 한마디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 솔직하고 뒤끝이 없다. 잘못한 것은 바로 인정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이다.
앞머리 잘라 세련된 도시미 드러내 헤어 강성희
앳폼조성아 부원장. 2006년 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부터 김하늘의 헤어스타일 담당. 비ㆍ이정현ㆍ최강희 등의 헤어스타일을 맡고 있다.
“김하늘은 그동안 발랄한 연기를 해오며 뱅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온에어’ 때는 당당하고 세련된 역을 맡게 돼 헤어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줬다. ‘6년째 연애 중’ 때 했던 오렌지 브라운 계열 머리색을 좀 더 자연스러운 레드 브라운으로 바꾸고 우리 숍에만 있는 글램펌을 했다. 레드 브라운은 머릿결이 부드러워 보이고, 화장을 안 해도 얼굴이 화사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촬영이 있을 때마다 그녀가 숍을 찾아오면 핸드 드라이로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말린 후 에센스를 발라 마무리한다.
이번에 바꾼 헤어스타일은 ‘온에어’ 때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바꾼 것이다. 레드 브라운 색상은 그대로 가되 앞머리를 잘라 변화를 시도했다. 앞으로는 단발이나 그 이상의 짧은 머리도 시도해 보고 싶다.”
내가 보는 김하늘은 털털하고 남성적인 면도 있는 사람. 또 촬영장에서 본인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스태프들의 식사를 챙기는 의리 있는 사람.
피부 결 좋아 눈매·윤곽만 살리면 OK 메이크업 김수희
포레스타 메이크업 원장. 2004년 드라마 ‘유리화’부터 김하늘 메이크업 담당. 송윤아ㆍ하지원ㆍ이나영 등의 메이크업도 담당하고 있다.
“‘온에어’에서는 배우 역할이었기 때문에 화사하면서도 도도한 느낌을 살리는 메이크업이 포인트였다. 가령 입술에 핑크를 발라도 차가운 느낌의 핑크를 사용했다. ‘7급 공무원’에서는 카리스마 있고 활동적인 비밀요원 역할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색감을 많이 자제한 오렌지 브라운 색상을 이용하고 음영 위주의 윤곽 표현과 눈매만 자연스럽게 살렸다.
김하늘의 피부 타입은 건성이다. 강한 조명 아래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배우들이 건성 피부가 많다. 하지만 김하늘은 피부 결이 좋고 트러블이 거의 없는 탱탱한 피부를 자랑한다.”
내가 보는 김하늘은 일할 때는 프로, 일이 끝나면 뒤끝 없는 쿨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에게 “좋지? 좋지? 좋지 않아?”라고 끈기 있게 반복 설득해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 있는 성격의 소유자.
살짝 도도해 보이는 눈빛이 포인트 살짝 도도해 보이는 눈빛이 포인트
‘7급 공무원’ 무술 감독. ‘해부학 교실’ ‘검은 집’ ‘달콤한 거짓말’ ‘바르게 살자’ ‘그림자 살인’ 등의 무술 감독을 맡음.
“3개월 동안 격투기ㆍ승마ㆍ펜싱ㆍ사격 등을 지도했다. 사격의 경우 폼만 가르치고 실제 사격은 국정원 실내 사격장에서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배우게 했다. 처음엔 그녀에게 강렬한 눈빛을 계속 요구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그녀 특유의 표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살짝 도도해 보이는 눈빛이 보기 좋아서 결국은 그 컨셉트로 캐릭터를 바꿨다. 보통 TV 사극에서 배우들이 말을 타는 단계는 속보나 구보 정도다. 그녀가 겨우 구보 단계까지 갔을 때, “질주는 대역으로 가고 승마 연습을 마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한 단계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왜 대역을 쓰느냐,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끝까지 배우겠다”고 하더라. 얼마간의 훈련을 마친 후 마침내 질주 장면을 찍게 됐는데, 하늘씨가 나무 사이를 지나가다 나무에 부딪혀 다쳤다. 병원 진료를 받고 한 달간이나 휴식을 취해야 했다. 한 달 후, 다시 질주 장면을 찍었고 하늘씨는 완벽하게 촬영을 마쳤다. 말에서 내려 내게 다가와 “감독님! 나 잘했죠?”라며 웃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내가 보는 김하늘은 자존심 세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
렌즈로 본 그녀는 ‘천의 얼굴’ 사진가 홍장현
2006년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에 실린 김하늘 화보 촬영. ‘7급 공무원’ 포스터 촬영. 빅뱅ㆍ엄정화ㆍ이효리 등의 음반 재킷 사진 촬영. 장동건 일본 화보집 담당.
“잡지 ‘엘르’에서 6명의 사진가가 짧은 영화 스토리를 가지고 화보를 촬영한 적이 있다. 연인끼리의 다툼이 과격한 싸움으로 발전하고 남자는 자리를 떠난다. 여자는 혼자 남아 슬퍼하는데 남자가 다시 돌아와 키스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스토리에 있는 대로 과격한 싸움을 주문했는데 ‘정말 김하늘 맞아?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렌즈를 통해 보이는 김하늘은 대개 친근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하지만 섹시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얼굴도 사진으로 찍으면 잘 나오는 편이다.”
내가 보는 김하늘은 아직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은 배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즐겁고 유쾌한 사람.
운동 하니 ‘옷발’ 살아…
항상 새 모습 보여야죠, 배우니까
“와. 이 케이크 정말 맛있어요.”
인터뷰 장소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를 연신 입으로 가져가며 김하늘이 말했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웃음) 전 음식 중에 가리는 게 없어요. 그리고 항상 맛집을 찾아다니죠.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닭고기를 좋아해요.”
야심한 시각 자신을 고깃집으로 불러낸 매니저에게 “이 시각에 저걸 먹으면 내가 몇 시간을 뛰어야 하는 줄 알아?”하고 불같이 화를 냈던 ‘온에어’ 속 오승아는 없었다. 인터뷰 장소로 오기 전 차 안에서도 도넛 등을 실컷 먹었다고 했다.
“원래 정말 마른 몸이었어요.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식욕이 좋아졌어요. 이젠 촬영 들어가면 일부러 식사 조절을 해야 할 정도예요. 규칙이 있다면 아주 매운 것은 안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 생수 한 잔은 꼭 마시고, 아침밥 먹고 과일
4년 전, 너무 마른 몸이 싫어 헬스클럽에 나가기 시작했다. 근육을 키우는 동시에 살도 4~5kg 찌웠다.
“운동을 안 했을 때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자신이 없었어요. 마른 몸이 부각되는 게 싫어서 스키니 진도 안 입었다니까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당당하고 관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던 ‘온에어’ 속 모습은 단지 캐릭터와 ‘옷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피부 관리를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예전엔 정말 관리를 안 했어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웃음). 집에서 엄마가 곡물 팩을 할 때 옆에서 같이 하거나 달걀노른자 팩, 오이 팩을 하는 정도가 전부였어요.”
요즘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피부과에 들러 보습ㆍ피지 위주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리프팅이나 경락 같은 심층 마사지는 피한다. 너무 많은 자극은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초제품도 스킨ㆍ로션ㆍ아이크림 단 세 가지만 사용한다.
“좋다는 고가의 에센스나 크림도 많이 써봤어요. 그런데 제 피부가 예민한 편인지 뾰루지가 나더라고요.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이 어떤 비싼 화장품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촬영이 없는 날엔 자외선 차단제만 바른 채 야구 모자를 쓰고 외출한다. 가끔 핑크 립스틱으로 입술에 혈색을 주기는 한다. 옷차림은 청바지에 티셔츠, 혹은 레깅스에 엉덩이를 살짝 덮는 헐렁한 셔츠. 이렇게 차려 입고 즐겨 가는 곳은 삼청동이다. 걸으면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워낙에 모자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에선 ‘온에어’의 오승아 스타일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극중 역할이 배우였던 덕에 정말 다양한 종류의 옷을 다
입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죠.”
본인이 생각하는 ‘김하늘 스타일’이란 뭘까 궁금해졌다.
“내추럴함 속 ‘나만의 스타일’ 아닐까요?”
짙은 화장보다는 옅은 화장이, 컬을 잔뜩 넣은 파마머리보다는 자연스러운 웨이브 머리가 자신에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개봉을 앞둔 최근엔 앞머리를 잘랐다. 지난해 선보인 ‘긴 앞머리를 내린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드라마와 함께 큰 사랑을 받았는데 아쉽지 않았을까.
“‘온에어’와 오승아는 지난해로 끝났어요. 이젠 ‘7급 공무원’의 수지가 되어야죠. 항상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람, 그게 배우니까요.”
글=송지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7급 공무원
김하늘·강지환 주연의 코믹·액션극. 2005년 SF 장르 ‘브레인 웨이브’, 2007년 공포 스릴러 ‘검은집’을 선보인 바 있는 신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분을 속여야만 하는 국가정보원 요원을 소재로 그들이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임무를 위해선 신분, 사랑, 그리고 사생활마저 철저히 숨겨야 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이중 생활을 한 커플을 통해 코믹하게 그렸다. 김하늘은 과거는 밝혀도 정체만은 밝힐 수 없는 직업의 특성상 남자 친구인 재준에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다 일반적으로 이별을 통보받는 국정원 산업보안팀 베테랑 요원 안수지 역을 연기했다. 강지환은 오랜 연인 수지의 반복되는 수상한 거짓말에 지쳐 이별을 통보하고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가 국정원 해외파트 요원이 돼 돌아오는 이재준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2006년 ‘90일, 사랑할 시간’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제트스키 추격전, 1000명의 엑스트라와 6대의 카메라가 동원된 수원화성문화제 장면이 하이라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