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문화

[스크랩] 아네스의 노래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22. 18:26

영화 시에서 주인공 양미자(윤정희)가 

문학강좌 종강일 꽃다발과 시 한 편을 탁자 위에 놓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김용택시인, 주인공 미자, 희진이 낭송했던 아네스의 노래 전문(출처 시 시나리오 각본)

 

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얼마나 적막할까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좋아하는 음악 들려올까요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한 번도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해야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 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이제 어둠이 오면

촛불이 켜지고 누군가 기도해줄까요

 

하지만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당신을 축복하리

 

마음 깊이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창동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인 <시>에서 이창동 감독이 "본명이 손미자 인 윤정희씨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라고 밝혔듯이, 배우 윤정희는 60이 넘어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간병인을 하며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를 키우고 어렵게 사나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노인 양미자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주인공 양미자는 한강이 흐르는 아름다우나 작은 소도시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를 키우며

난생처음 '시'를 배우기위해 동내 문화원을 찾고, 김용탁 선생님(김용택 시인 분)으로부터 

 " '시'가 죽어가는 시대,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듣고 " '시'는 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시상'을 찾아야 하며 가슴에서 '시상'이 날아오를 때 '시'를 쓸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를 쓰기위해 주변을 본다. 

 

양미자는 우연히 다리에서 투신한 소녀 이야기를 듣고 울부짖는 소녀의 어머니를 목격하게되고,

중학생인 손자와 친구들이 소녀의 죽음에 연루된 것을 알게된다.

 

 

  

                                                              영화 <시>의 한장면

 

영화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을 알게 된 양미자, 강에 투신한 소녀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되고

고민하는 양미자, 손자의 비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양미자, 반신불수 노인을 일주일에 두번

 간병하는 양미자, 문화원에 다니며 '시를 쓰려하는 양미자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처럼 기록해 나간다.

 

양미자의 일상을 기록하는 화면은 너무나 이름답다. 아름다운 강, 억새가 우거진 강가길,

흐르는 냇물, 빨갛게 피어있는 맨드라미, 아파트앞의 커다란 나무, 다리밑에서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앉아있는 모습, 하얀 모자, 핑크빛 브라우스, 꽃술이 달린 하늘색 치마 등등...

 

 

      

                                                           영화 <시>의 한장면

 

배우 윤정희는 죽음을 앞둔 나이에 꿈을 잊지 않고 자존심을 잃지 않으며 홀로 손자를

꿋꿋이 키우는 양미자, 주름살이 가득하나 아직도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은 순진하고

소녀같은 철부지 노인 양미자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아름다운 다큐멘터리 같은 양미자의 일상에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강좌가 끝나는 날, <아네스의 노래>라는 한편의 '시'를 완성하고 아름다운

선택을 하는 양미자를 그린다. 

 

이창동 감독은 시 <아네스의 노래>가 의 메세지가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아네스라는 사연이 있는

성녀 이름이 생각나서 이름지었다. 특별하게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일상의 삶에 안도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도덕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생각하고 싶었다"며

사는것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했다.

 

 

 

                                                             영화 <시>의 한장면

 

영화는 무심한 일상과 도덕성의 연결을 이야기하지만, 한편, 보고, 느끼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

감성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것을 잃어바린 사람들,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떠나는 순간이며 다음 생을 꿈꾼다'는 내용을 담은

미자의 '시'와 마지막 장면, 무심하게 콸콸 흘러내리는 강물이 인상적이다.           - 펌-

 

출처 : 낮게, 작게 그리고 아름답게
글쓴이 : 조용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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