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법정법륜

[스크랩] 영혼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법정

오늘행복스마일 2011. 7.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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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다. 
사람의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 
돌이켜 보니, 
지나온 내 삶의 길목에서 나를 꿋꿋하게 받쳐준 것도 
그 기도의 힘이라 생각된다. 
기도는 마음에 평안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개체가 전체에 이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나는, 
어제 만난 세 남매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한 월간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문득 그 애들을 생각하고 
베갯잇이 젖도록 울었다. 
사연은 이렇다. 
야채장사를 하던 부모가 차사고로 죽자, 
별안간 고아가 되어버린 어린 세 남매는 
4개월 동안 고아원에서 지낸다. 
한 복지기관을 통해 입양 희망자가 생겨 덴마크로 떠나는 길이다. 
그런데 저 쪽에서는 
네다섯 살짜리 어린 두 아이만을 원하기 때문에 
맏이인 여덟 살짜리는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하게 된다. 
고아가 된 그 어린 것들이 다시 흩어져야 하니 
어린 마음들이 입을 상처가 얼마나 크겠는가. 
비행기가 활주로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불안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던 여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출국 수속장 앞에서 두 주먹으로 훔치던 오빠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던 동생이다. 
홀로 외롭게 공항에 남겨진 오빠를 생각하고 
그 애는 통곡을 한 것이다. 
함께 가는 어린 동생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승무원이 가져다 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누나의 손을 잡은 채 잠이 들었다. 
이 가엾은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어린 싹들이 어째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어제오늘 나는 이 가엾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을 앓는다. 
이 땅에서는 그 애들을 받아줄 집이 없어 
생나무 가지를 찢는 아픔을 보면서 
그 어린 것들을 낯선 먼 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우리도 이제는 살 만큼 사는데 
언제까지 고아 수출국 노릇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 아이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가책에 나는 괴롭다. 
부디 좋은 양부모를 만나 구김살 없이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빌었다. 
홀로 떨어진 여덟 살 맏이도 
아픈 상처를 딛고 꿋꿋하게 사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이 뻗쳐주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소극적이지만 
그 애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밖에 없구나.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는 말은 그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한 기도는 어떤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순간순간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진지한 기도가 
당신의 영혼을 다스려 줄 것이다. 
그리고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말은 생각을 일으키고 정신을 흩트려 놓는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한 침묵은 
안과 밖이 하나가 되게 한다. 
마하트마 간디는 그의 어록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 우리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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