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문화

[스크랩] 일월오봉도

오늘행복스마일 2014. 3. 1. 07:17

作者未詳 日月五峰圖 [작자미상 일월오봉도] 비단에 담채. 162.5 x 337.5 cm.

  

작품 오른편에 붉은 해, 왼편에 하얀 달이 동시에 떠 있다.

그것은 낮과 밤이 공존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원리를 표현한 것이다.

일월오봉병의 세계는 관념적, 추상적인 것으로 우주의 조화를 상징한다.

 

화면은 완전 대칭에 광물성 물감으로 그려져서 화려하고 장엄하며 색채가 눈부시다.

은은함을 좋아하는 옛 취향으로 볼 때 저렇게 빛깔이 선명하게 그린 그림은 드문 편인데

색채를 내기 위해서 지금처럼 비단 앞에서 그린다면 아마 두터워져 진한 화장을 한 것처럼 어색했을 것이다.

옛날에는 아주 얇게 비단 뒤에서 아주 얇은 붓으로 세밀하게 반복해서 그린 후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그리고,

그러기를 수십 차례 걸쳐 자연스럽게 색감이 앞으로 나타나도록 그렸다.

궁중화원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려 그렸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봉산, 즉 다섯 봉우리가 있다.

오행(五行)이다.

동, 서, 남, 북, 중앙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나타낸다.

또한 우리나라의 5대 명산인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한라산을 나타내기도 한다.

궁중 건축에서도 4개 대문과 하나의 중앙(종각)으로 오행을 나타낸다.

 

물은 햇빛, 달빛과 함께 생명의 원천이다.

그 힘이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을 자라게 한다.

따라서 두 줄기의 폭포는 음과 양의 조화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중요한 의미이며,

왕과 왕비가 같이 힘을 모아 생명의 힘을 널리 퍼트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음양은 우주를 이루는 원천으로 그림을 보면 하늘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땅와 물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경복궁도 어칸으로 들어오는 문 중 양(陽)의 의미인 동쪽 문을 일화문(日華門),

음인 서쪽문을 월화문(月華門)이라 했다.

 

두 쌍의 소나무 솟대는 우주목(宇宙木)으로서 땅과 하늘을 연결해 준다는 의미이다.

색깔이 붉은 것은 적송(赤松)으로서 전통 조선 소나무의 특징으로

소나무중에서도 가장 성스럽고 귀하게 여긴다.

왕릉 주변에 적송이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바로 소나무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보았던 것이다.

 

땅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다.

두텁게 쌓여 자애롭게 만물을 실어 기른다.

그림의 땅 부분을 보면 마치 두툼하게 생긴 구릉이 계속 이어져 있는 모양이 70%가 산악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를 표현하고 있고 간간이 물이 보이는 곳이 바로 강과 하천을 상징한다.

하늘의 조화로 내려진 강산에 생명과 재물이 넘쳐 풍요롭게 태평한 세상을 상징하고 있다.

 

일월오봉도의 하이라이트는 그림 자체로는 미완성이란 점이다.

일월오봉도는 그게 삼재(三才)의 원리로 위로부터 3등분으로 구별하여 그려져 있다.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사람이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덕이 가장 커서 드높아진 존재가 군왕이다.

군왕은 날마다 일월오봉병 앞에 앉아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의 정사에 임해야 한다.

그러면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재(三才 : 우주를 이루는 세 바탕)가 갖추어진다.

 

따라서 군왕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꿰뚫는 이치를 내 한 몸에 갖추어야 한다.

바로 그때 삼재를 관통하는 대우주의 원리가 사람이라는 소우주 속에 완성된다.

즉 일월오봉도(三) 앞에 왕(1)이 정좌하면 (三 + 1 = 王), 비로소 진정한 군왕이 되는

우주의 조화를 완결짓은 장엄한 참여 예술이 완성되는 그림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월오봉 병풍 앞에 왕이 정좌해야 진정한 일월오봉도가 완성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월오봉도는 성스러운 군왕이 해처럼 굳세고 앞으로 나가는 덕과 달처럼 자애롭고 포용하는 덕으로

즉, 음양의 조화를 기본 철학으로 하늘의 이치를 받들고 '인의예지신' 을 잘 받들어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만백성의 어버이 역활을 잘하여 두 줄기 폭포처럼 생명의 기운이 고루 퍼져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우주와 인간 세상의 다양한 철학적 의미를 함축시켜 놓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오직 군왕 뒤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림인 것이다.

 

경복궁(景福宮)의 말도 시경의 군자경복(君子景福)이란 말에서 나왔는데

'덕을 갖춘 군자는 큰 복을 받는다' 라는 뜻으로 뒤집어 해석하면 '임금은 덕이 많아야 한다' 는 뜻이다.

이처럼 조선은 덕을 중시하는 나라였다.

 

 

만원권 지폐에는 일월오봉도와 세종대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림의 배치를 보면 저 인물은 진정한 군왕이라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앞서 일월오봉도를 설명했듯 초상이 일월오봉도를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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