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줄 모르면 죽는다네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길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 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然 부운자체본무실 생사거래역여연 生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짐이라. 뜬구름 自體(자체)가 本來(본래) 實體(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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