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120화
어젯밤에 마님께서 병을 고쳐주셨어요 (昨夜夫人治病)
어느 촌의 의원 집에 새로 들어온 머슴이 있었는 데 얼간이긴 했지만 일만은 몸을 아끼지 않고 잘 하였다. 그래서 의원은 누구를 만나거나 이 머슴의 칭찬을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머슴이 "나으리 어쩐지 요새 몸뚱이가 굼실굼실 이상스러운 것 같아유."하고 말한다. . 헌데 보아하니 혈색이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았으므로, "어디가 아프니? "하고 의원이 물었다. "아픈 것도 아닌데유, 어쩐지 여기가......" . 머슴은 거북살스럽게 사타구니의 그 불룩하게 솟아오른 장소를 가리켰다. .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빙그레 웃으며, "아, 그 병이라면 걱정할 것 없지. 내일 하루 시간을 줄 테니 읍내에 갔다 오너라. . 네 그 병을 고치려면 읍내 색시들한테 갔다오면 낫게 되니까." "고맙습니다." . 얼간이 머슴은 주인에게 감사하였다. 읍내 색시라는 뜻은 잘 알지 못했지만 주인이 무슨 소개장이라도 써주는 것 인줄 알고 크게 기뻐하여 이 일을 안방 마님께 자랑하자 안방마님 하시는 말씀이, . "그렇다면 내일까지 기다릴 것도 없네. . 오늘 저녁 나리께서 먼 마을에 진맥차 출타하시니 저녁 먹고 몰래 내 방으로 살짝 들어오게나."
이튿날 의원이 사랑채에서 동네 사람들과 재미있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데, 머슴이 지나간다. . "저 애가 좀 전에 내가 이야기한 녀석이요. . 얼간이지만 일은 퍽 잘 한답니다." 그리고 머슴에게 "그래 어떠냐? 읍내에 다녀왔느냐? 그리고 네 병은 어제보다 좀 나은 편이냐? " 하자 머슴은, "네, 나으리 어제 밤 안방마님께서 읍내까지 갈 것도 없다시면서 다섯 번이나 고쳐주셨어유. . 아주 개운해서 읍내 색시집엔 안 가두 되겠시유."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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