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117화 어느 입이 어른인고? (何口之丈)
경상도 어느 양반 댁의 외동아들이 장가들 때가 되자 이웃마을의 세 처녀가 서로 다퉈 시집을 오고자 했다. . 그러나 가문이나 바느질 솜씨 용모 예절 등이 한결같아 며느리 감으로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마침내 양반은 세 처녀를 불러 놓고 문제를 냈다. "여자는 남자와 달라 입이 둘이로다. 위에 있는 입 말고 아래에 입이 하나 더 붙어 있도다. 내가 묻노니 윗입과 아랫입 중에 어느 것이 어른인가? 사려 깊게 답을 하렷다." 첫번째 처녀가 쾌할하게 먼저 대답을 한다. . "예,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아랫입은 아직 이가 나지 않았는데 윗입은 이가 모두 났기 때문에 더 어른입니다." . 그러자 두번째 처녀가 "아닙니다. 아랫입이 더 어른입니다. 윗입은 지금껏 수염이 나지 않았는데 아랫 입은 수염이 아주 무성하게 나 있으니 더 어른입니다." . 세번째 처녀는 다소곳이 앉아서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 양반이 그 처녀에게 넌지시 눈길을 주며, "너는 어느 쪽이냐?" . 하고 물으니 세 번째 처녀가 이르기를, "둘 다 틀리진 않아도 맞는 답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소저의 생각으론 윗입이 더 어른입니다. . 왜냐하면 아랫입은 평생 아기처럼 물려주는 젖(?)만 빨아먹는데 . 윗입은 스스로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못 먹는 게 없으니 어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렇지! 네 말이 옳다. . 음양의 이치를 제대로 아는걸 보니 한 지아비의 아내 노릇을 충분히 할 자격이 있도다. "하고 무릎을 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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