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밡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랃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둡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 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는냐" "네가 그 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면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망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는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어령 시집- |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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