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리생명빛

[스크랩]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오늘행복스마일 2018. 1. 5. 06:33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밡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랃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어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어둡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도 없이 다가 서시며
"네가 거기 있었는냐"
"네가 그 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면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망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에 있는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 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어령 시집-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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