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0000)
Late autumn
10
약속
The Rendezvous
0
육체의 약속 (1975)
Promise of the Flesh
0
만추 (1982)
Late autumn
8.3
만추 (2011)
Late Autumn
6.5
관객과의 대화
일시: 2011.4.16.(토) 16:00 <만추>(2010) 상영 후
김지헌(이만희 감독의 <만추> 시나리오 작가)
김태용 (2010년 <만추> 감독)
진행: 영화평론가 김홍준
1. 만추를 찾아서
만추(Late autumn)는 근래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이만희님의 1966년 작입니다. 이후 2010년까지 국내에서 3번, 일본에서 1번 리메이크됩니다.
이 영화의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고, 요즘도 회자 되는 것일까요? 아쉽게도 그 답을 스스로는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만희님의 작품은 감상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아쉽게도, 66년작을 제외한 4편의 리메이크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상영회에서 이젠 볼 수 있는 66년, 만추를 생각해 봅니다.
2. "만추"의 중심코드
만추영화들에서 공통적인 소품들이 많이 있어서, 원작에 대한 어느 정도의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2.1. 기차와 여행
기차는 다른 교통편에 비해 긴 시간, 한 공간 안에 낮 선 이들을 모아 둡니다. 그렇게 시간이 길어서 인지, 음식도 사먹고, 흡연도 하곤 합니다. 때를 이룬 사람들이 시끄럽게 놀아서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낙선 이들과의 소박한 담소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삶의 여유가 없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기차 여행이었던 까닭입니다.
기차여행의 약간 들뜨고, 묘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잘 표현된 것은 71년작, "약속"입니다. 약간은 양아치 같은 성격이 부여된 남자 주인공, 고즈넉한 여자주인공은 기차여행과 잘 어울렸습니다.
2.2. 가을
일단, 가을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름다운 것이 아닌, 눈이 내리지 않아서 아직 가을인 쓸쓸한 늦은 가을입니다. 이러한 가을을 가장 잘 표현된 것은 81년작입니다. 너무나 익숙한 산과 바다입니다. 특히나 2년전 약속을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 결국 눈이 날리는데, 이 작품은 가을에 가장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71년작 "약속"에는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가을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국의 풍격이었던 탓일 겁니다. 가을은 관념적으로 중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김혜자님이 서민적인 여성상이나 김지미님의 약간 원색적인 중년상도 흥미로웠지만, 가을에 어울리는 쓸쓸한 중년은 71년작 게이코님이 아닌가 합니다.
2.3. 약속
71년작과 75년작은 만추대신 "약속"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습니다. 두 번의 약속이 있습니다. 첫 번째 약속은 늦어버리고 두 번째 약속은 절대 지켜질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꼭 지키겠다고 약속이란 걸 나누게 되지만, 우리의 삶과 현실은 그걸 가능한 것으로 놓아 두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약속을 떠올리며 시작되는 이 영화들은 기다리다 끝내 지켜질 수 없다는 암시와 함께 끝이 납니다.
2.4. 그밖에
공원, 바닷가 마을, 중년, 남성의 폭력,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기대는 인간의 본성 등, 만추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영화였습니다.
3. 두 편의 만추 - 약속(71), 만추(81)
71년작과 81년작에서는 66년작에 대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 시나리오의 작가이신 김지헌님의 "만추"의 중요가 키워드로 "사랑의 진정성"을 얘기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국의 작품임에도 71년작이 원작과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추에서는 여주인공의 위상이 참 중요합니다. 그녀는 늦은 가을만큼, 늦은 시기와 위치에서, 쓸쓸한 삶을 대면하고 있음에도 그 앞에 사랑에 진실해야 합니다. 66년작에서 그런 부분이 잘 살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71년작의 게이코님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4. 만추의 괴작 - 육체의 약속(75)
초기에 과장된 마초적인 남녀 위상을 표현하는, 성적인 폭력 장면에서 B급 정서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참 여주인공의 수난을 보고 나서, 그녀의 기차여행이 시작되면서 "만추"로 돌아 오게 되는데, 많이 비틀어졌음에도 기본 골격은 만추를 따르고 있습니다.
약간은 당황해서 가만히 보니, "하녀"를 찍으신 김기영 감독이십니다. 물론 그분이 전력을 다했다기 보다, 약간 삐딱하게 찍으신 느낌입니다만, 남성의 성적 폭력에 집중하는 김기영님을 생각해보면,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 괴작입니다.
5. 새로운 만추 - 만추(2010)
한참을 돌아 다시 이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에는 앞에서 나열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차나 가을이 없습니다. 심지어 약속도 없습니다. 여주인공은 중년의 그것과 거리가 상당합니다. 이작품의 앞서 한 시대를 공유했던(실제 감독들이 모두 비슷한 연배라고 합니다.) 분들의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는 40년이라는 시공간을 뛰어 넘어야 했으며, 심지어 원본 필름을 보지 못한 분의 극작, 연출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만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랑이 가장 어려운 시기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끌리면서, 약속도 없는 기다림으로 끝이 나는 이 영화는 절제되어 있지만, 충분히 진실한 사랑 얘기입니다.
6. 관객과의 대화 - 만추의 그녀들
김지헌님은 66년작의 원작기이시기도 합니다만, 75년작(육체의 약속)과 81년작의 작가이시기도 합니다. 그분은 2010년작에 대해, 사랑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평하셨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는 삶을 사는 여자에게 보상(?)이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하고 말입니다. 적어도 그녀들이 사랑을 통해 행복했길 바라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문득 그녀들은 정말 행복할까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녀들은 감옥에 들어가 약속 장소에 나올 때까지 그와의 약속을 상기했을 겁니다. 그는 그 곳에 올 수 없음에도...... (그녀들이 모르긴 합니다만,)
"육체의 약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그녀는 그래도 조금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비극적입니다. 그에 비해 약속이 없는 2010년의 탕웨이는 "오랜 만이야"이라는 대사와 함께, 약간의 미소를 보여주는데, 감태용 감독은 오래 전 그런 사람도 있었다고 웃음짓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2010년작은 역시 만추라고 수긍하였습니다.
'종합예술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삼국지 어떤책을 읽을까? (0) | 2019.01.08 |
---|---|
[스크랩] 해방 이후 베스트셀러의 역사 (0) | 2019.01.08 |
[스크랩] 기다림의 미학 (영화 `약속`을 감상하고) (0) | 2019.01.07 |
[스크랩] Jessica - Goodbye-영화 약속 OST (0) | 2019.01.07 |
[스크랩] [추천영화]약속(A Promise,1998)-전도연,박신양 주연 (0) | 2019.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