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서재는 상처와 향기다. 왜냐하면, 영혼의 상처가 흉터로 남으면 인생을 참 잘못 산 건데 영혼의 상처가 향기로 남으면 남에게도 기쁨이 되고 내 자신도 잘 견딜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 돼요. 근데 글쟁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영혼의 상처를 다스리는 것이고 남의 영혼의 상처를 다듬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상처와 향기.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김홍신
직업 : 소설가
출생 : 1947년 (충청남도 공주)
학력 :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수상 : 1987년 제6회 소설문학작품상, 1986년 제12회 한국소설문학상
저서 : <인생사용설명서>, <인간시장>, <대발해>, <인생을 맛있게 사 는 지혜>, <한 잎의 사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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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의 이야기
세상의 온갖 지혜가 나를 감싸는 곳, 서재
저는 서재를 꾸미지 않아요. 근데 저 어렸을 때, 젊은 시절 꿈이 뭐였느냐면 책을, 책장을 이렇게 높이 해가지고 가지런히 해서 집 전체를 책으로 한 번 채워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보시면 알겠지만, 천장까지 닿게 이렇게 책꽂이를 짜는 이유는 책 속에 내가 앉아 있으면 굉장히 그렇게 부자가 된 듯하고 배도 안 고플 것 같고. 이 세상의 온갖 지혜가 나를 둘러서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 이런 것들이 있어요.
책은 언제 건 나를 쳐다보듯이 쳐다볼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 한 권 한 권은 그 사람이 함부로 쓴 것이 아니고 자기의 어떤 열정과 자기 인생과 자기 사상을 바쳐 쓴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책이 많다는 건, 내 주변에 수많은 스승이 나를 지키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한 마디로 얘기하면 책은 나에게 세상의 소중한 가치를 가르쳐 준 지름길이고 스승이고 동반자이고 또 연인이었고 그랬어요. '만약에 제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들 책과 함께 살지 않았던들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이런 생각을 가끔 해요. 근데 책이 없는 김홍신은 상상이 안 돼요.
지식을 응용하는 지혜를 주는 독서
가장 중요한 거는 습관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어릴 때 유치원을 다녔는데 그때 성당 유치원에서 신부님이, 프랑스 신부님이요. 외국 만화를 그 댕댕이라는 만화의 말풍선을 우리 말로 바꿔줬어요. 유치원에서 한글을 공부했을 거 아니에요?
만화가 너무 좋은 거예요.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어머니랑 전쟁을 해요. 그때 우리 어머니는 만화책을 보는 건 딴짓하는 것이지, 공부하는 거라고 생각을 안 하셨어요.
근데 저는 그 만화책에 아주 심취를 해가지고 어머니는 불쏘시개로 쓰고 나는 계속 사 모으고. 이런 어머니와의 그 전쟁을 통해서 더 소중해요. 어머니가 자꾸 없애니까. 막 감추는 기술도 개발하고 그러다 보니까 책에 대한, 만화에 대한 애착. 그게 중학교에 가니까 책에 대한 애착으로 변하고, 그게 결국 세월이 지나니까 문학이 되고, 더 지나니까 제 소설이 되고. 또 인생을 살면서 남보다 덜 실패한 사람, 꽤 성공한 사람. 이런 평가를 받는 어떤 굉장히 중요한 주추와 기둥이 됐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책 한 권씩을 읽으면 1년에 50권밖에 못 읽어요. 그렇죠. 그러면 10년을 읽으면 500권이에요.
근데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어요. 정말 우리 인생을 황홀하게 할만한 지혜를 주는 책이 얼마나 많아요.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좀 읽어줘야 돼요.
지금 우리 현실은 대학, 취업 때문에 교양서적 쪽으로 눈을 못 돌리고. 늘 그 주어진 학교 공부, 시험 준비 이쪽으로 매달려 있잖아요. 이걸 조금 탈피하는 세상이 와 줘야 돼요. 그러려면 젊은이도 틈틈이 베스트셀러도, 좋은 시도, 옛 문헌도 찾아보는 그런 시간들을 가지면 지식의 폭만 넓어지는 게 아니고, 지식을 응용하는 지혜로 그렇게 사는, 굉장히 잘사는 사람으로 바뀌어요.
그것이 곧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수학 공부 뭐하러 해? 돈 셀 줄만 알지.' 이렇게 말을 하지만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하면 다른 게 응용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글을 쓰며 느끼는 참자유의 행복
글을 쓰면서 내 정진을 통해서 내 영혼의 소리, 내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참자유를 누리는 사람이 돼요. 인생은요. 잘 사는 사람,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 하면 자유로운 사람과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에요.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 자유롭다는 게 행복이거든요. 근데 이 글을 쓰면 이 두 가지를 공유하게 돼요. 그래서 '어떤 작가가 된다.'라고 생각해서 쓰지 말고 그냥 내 인생을 즐기는 글을 쓰는 것. 이렇게 제자들에게 이야기하거든요. 한 번 생각해 보면요. 내가 죽었을 때 세월이 지나도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잖아요.
아들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게 식사 대접만 해서 보내는 게 좀 민망해서 책을 하나 쓴 것이 <인생사용설명서>인데 그걸 결혼식에 온 분들에게 다 드렸어요. 근데 여성 피아니스트, 아주 인물이 출중하고 날씬하고 아주 멋쟁이예요.
근데 그분이 몇 년 전에 버스에서 내리다가 버스 문틈에 옷자락이 낀 채 버스가 출발해서 피아니스트인데 오른손 손가락이 다 없어졌어요. 아스팔트 바닥에…. 이분이 제 책을 읽고, 그러니까 토요일날 아이 결혼식 때 책을 받고 일요일날 저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뭐냐 하면 이 책을 읽고, 선생님의 책을 읽고 그 버스 기사를 몇 년 동안 증오하고 미워하고 복수심에 불타고 이래서 못 견뎠는데 이 책을 읽고 그 버스 기사를 용서하기로 결심했더니 이렇게 안온하게 잠들고 평화롭고 몇 년 동안에서 처음으로 마음 편히 자고 행복했대요.
그 순간에 제가 전화를 걸어서 뭐라고 한 줄 아세요? '그대가 용서한 순간 천사가 됐다. 이 천사가 우리들 곁에 있으니 우리가 행복하지.'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제가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뭐라고 그랬냐면 '단 한 권이 안 팔려도 좋다.
한 사람이 행복해졌다면.' 그랬거든요? 근데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그 기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어요. 제가 억만금을 벌은 것보다도 더 기쁘고 행복하고 내 행위가 찬란해 보이고 그래요. 아유, 그거 어떻게 설명할까요.
김홍신이 말하는 세계 속의 한국문학
사실은요. 우리의 국력이 이렇게 좋아진 세월이 불과 얼마 안 돼요.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어요. 그런데 40년 만에 무려 250배나 급성장한 나라고 지금 대한민국은 철조망에 가로막힌 섬나라예요. 아직도. 근데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됐잖아요.
국력이 이렇게 좋아진 세월이 짧았기 때문에 우리 문학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 통로가 굉장히 협소하고 좁았어요. 현재도 마찬가지고 근데 이제 이 글로벌 시대에는 저 영어라든지, 중국어라든지 유럽 쪽의 여러 나라 언어들. 이런 것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노벨상도 받고 뭐 이러잖아요? 그러니까 그쪽 문학이 굉장히 탁월하고 우리 문학은 뭐 소소하고 좀 보잘것없이 느껴지지만, 실제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 문학은 대단하고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어요. 그 가치를 앞으로 굉장히 빨리 무섭게 인정받는 시대가 저는 지금부터 오고 있다고 보거든요? 벌써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 노벨상 얘기가 나오는 분들도 계시고. 우리 문학을 외국어로 번역을 해서 외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잖아요. 이제 물꼬를 텄어요. 이렇게 물꼬를 텄으니까 앞으로 쭉 나가는 그 초입에 있기 때문에 그렇지, 실제 이게 번져 나가면 탁월한 작가와 탁월한 작품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것을 글로벌화하고 현대화하고 미래사를 이렇게 지켜본다면, 우리 문학이 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려면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야 돼요. 우리가 남북 분단으로 막히면서 잃어버렸던 여러 가지들이 있거든요. 그것이 합일이 되면 그때는 무서운 폭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장담하건대 남북통일만 되면 한국문학이 세계의 굉장히 중요한 중심 역할을 반드시 할 수 있어요.
행복하고 싶다면 생각의 쓰레기를 버려라
강연할 때 늘 많이 하는 얘기 중에 '인생은 한 번 밖에 못산다. 이게 마지막이다. 그러니까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정말 불법이에요.
왜냐, 한 번 태어나서, 인생은 태어나서 죽음으로 가는 여행이잖아요. 근데 이 여행을 할 때, 다리가 떨릴 때 여행하는 게 아니잖아요. 가슴이 떨릴 때 여행해야 이게 진짜 여행이잖아요. 그러면 이것은 즐기는 것인데 즐긴다는 게, 노래하고 춤추고 뭐 이런 즐거움이 아니에요.
진짜 즐긴다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즐기고 내가 지금 같이 사는 사람들과 이 사람들이 있으므로 내가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또 내가 행복이 어딨냐고 물으면 누구나 다 내 가슴에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묻지 않으면 마음 밖에 있다고요. 그러니까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내 주변에 있어요. 있는 걸 느끼고 가지고 들어와야 되거든요. 안으로. 그런 생각들을 해야 되는데 생각이 바뀌면 행복해요. 생각이 바뀌면.
예를 들어서 내가 향기로운 꽃다발을 하나 주면 누구 거예요? 받은 사람 것이죠. 그럼 이거 가져가죠. 버리지 않고. 근데 내가 만약에 며칠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주면 이게 누구 것이냐고요. 받기 싫잖아요. 그렇죠. 받기 싫죠.
근데 내가 꽃을 준 적도 없고 쓰레기를 준 적도 없어요. 말로만 했어요. 말로만 했는데 꽃은 받고 싶고 쓰레기는 받기 싫었잖아요. 그게 뭐냐. 생각일 뿐이잖아요. 근데 만약에 쓰레기를 받았다면 버릴 거 아니에요.
육신의 쓰레기는 그렇게 잘 버리면서 왜 생각의 쓰레기는 갖고 사냐고요. 생각의 쓰레기. 버리면 되잖아요. 버리면. 생각의 쓰레기 쓸데없어요. 쓸데라고는 암세포 잘 만들고 피부 망가뜨리고 내장기 망가뜨리고 인생 재미없고 살맛 안 나게 하고 인생이 두렵고 근심, 걱정 많이 만들어요. 그거예요. 그러면 이렇게 말하는 저는 그럼 잘 될까요?
저도 잘 안 돼요. 근데 억지로라도 해야 돼요. 그걸. 왜. 한 번밖에 못 사니까.
건강한 삶을 위한 조언
건강하게 사는 게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데, 건강이라는 걸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되고 내 몸이 필요한 것, 음식이 내 몸에 필요한데 만약에 내가 필요한 것만큼만 취해야지 그 이상을 취하면 내가 나를 괴롭히는 거거든요. 내가 즐거워야 되는데 남을 미워하는 생각이 크면 내가 미워한 사람이 내가 미워한다고 죽거나 잘못되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남을 미워하면 그 독극물은 결국 나를 죽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미운 사람을 사랑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포기하면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 해야 내가 건강해져요. 결국, 건강한 삶이라는 것은 내가 행복한 삶이거든요.
제가 담배를 끊었을 때 사람들이 그래요. "참 독하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아니 독극물을 먹는 사람이 독한 사람이지, 그걸 끊은 사람이 왜 독하냐." 이렇게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다음에 제가 어디 가서 밥을 먹으면 굉장히 절제를 하면서 먹거든요. 그러니까 "아니, 맛있게 먹자고 인생 사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뭐하느냐" 그래서 "봐라. 내가 체중을 고등학교 때 체중 그대로 유지한다.
그 이유는 내가 절제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느냐" 그 절제라는 것은 곧 누구를 위한 거냐면 내 자신을 위한 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통해서 내 삶이 즐거워야 되잖아요. 그렇죠? 옷을 입어도 가볍고 어디 움직일 때도 편안하고. 지금 맛있는 거보다 오래 맛있는 게 낫잖아요.
그렇죠? 한 번 맛있고 나머지 고통스러운 거보다. 지금 막 아주 뛸 듯이 기쁘다가 슬픈 거보다는 조금 기쁨이 계속 연속되는 게 좋듯이 그런 삶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내 몸을 존중하고, 내 생각과 내 영혼을 존중하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걸 존중해야 돼요.
하물며 사람이랴. 그렇죠? 그런 생각을 하면 뭐 굳이 억지로 운동하고 막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러지 않아도 건강해질 것 같아요.
잘 사용하는 인생 속에서 찾은 삶의 여유
사람 사는 게 참 쉬운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사람이 늘 얽혀 있는 게 사람과 사물하고 얽혀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소유권은 없어요. 사용권만 있지.
그렇죠? 그러니까 한 번 태어났으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소유하려고 하면 고통스러워요. 사용을 잘하면 되거든요. 뭐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좀 넉넉해요. 마음이. 그러니까 생각의 여유, 마음의 여유, 육체의 여유, 사물에 대한 여유. 이런 것들은 소유권보다는 사용권이 중요하다.
자, 아무리 좋은 만년필이나 아무리 좋은 시계나 아무리 좋은 옷을 가지고 있으면 뭘 해요. 써야죠. 차고 다녀야죠. 입고 다녀야지요. 그거 아깝다고 걸어 놓으면 세월 지나면 유행 지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어떤 잘 사용하는 인생. 이게 참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민족에게 스며있는 장엄한 DNA
제 기도 중에 '제가 받은 은덕을 향기롭게 갚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이런 기도가 꼭 있어요. 저한테. 정말로 천하없어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기도를 하는데 만약에 독자가 없었다면 제가 존재할까? 아니죠. 우리 독자들이 참 고맙고 위대해요. 제 책을 구독해 주고 저를 격려해 주고 저를 아껴주고 저를 지켜줬대서 만은 아니에요.
제가 국회의원이 딱 되니까 <인간시장>이 쫙 안 팔려요. 이만큼 우리 국민들은, 이 독자들은 위대해요.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죠? 저는 그 시절 잠깐 당황하고 섭섭했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고 보니까 아, 이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구나. 그러니까 이 국민이 지하자원도 없고 학력도 없었고 그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이 그런 절박한 시절에서 세계적으로 이렇게 누리고 사는구나.
그렇죠? 그다음에 여러 가지 우리의 사회적 격변이 있었는데 민주화 운동도 제대로 마쳐냈고. 시민운동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제대로 해낼 수 있었고. 언론의 감시도 짧은 시간에. 그다음에 SNS, 휴대폰. 이런 것들을 통해서 사회가 맑아지는데 네티즌들이 한 어마어마한 그 능력 있잖아요. 이런 걸 보면 제가 역사서 쓸 때 느꼈던, 그 장엄한 DNA가 우리 민족에게 정말로 아주 멋지게 스며있어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나의 작품
제가 지금 권수로는 한 130권이 넘는데 다 애착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 나를 출세시켜준 그리고 계엄 시절에 군 검열을 받으면서 계속 썼던 아주 고통스럽지만 그걸 뚫고 나서 그들과 대결하면서 썼던 그 출세작이죠?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인간시장>. 이걸 어떻게 잊겠어요. 그다음에 제가 몇 년 전에 쓴 잃어버린 우리 역사 발해를 1만2천 장을 만년필로 썼어요.
그걸 쓰면서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황홀한 행복이다.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선조들의 그 위대하고 장엄한, 우리 민족의 그 핏속에 들어있는 놀라운 DNA. 이것을 느꼈을 때의 그 행복감. 이건 도저히 못 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인간시장>과 <대발해> 이 두 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노년을 보내고파
젊어서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어요. 사람이 근데 욕심은 많고 실제로는 안 하더만요. 어디 가서 누가 색소폰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하잖아요. 그럼 물어봐요. "이거 얼마 줬냐. 얼마나 배우면 되냐, 나도 해야지."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안 해요. 그다음에 어디 갔는데 그림 전시회를 해요. 나이 든 분이. 그러면 "어떡하면 되냐 어디 나가면 되냐" 그랬더니 뭐 어느 대학 수강을 하면 된다.
뭐 이렇게 일러줘요. 그러면 집에 와서 찾아요. 그래서 등록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시간 지나면 또 안 하고 자꾸 이렇게 돼요. 그렇기는 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줄여서 얘기하면 붓글씨하고 문인화하고. 제대로 된 악기 하나는 다뤄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나이를 더 먹으면 동화를 좀 쓰고,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어린이들하고 어울려서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