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이성과 힘
비상 계엄과 긴급 조치가 멋대로 내려지는,
그래서 누가 작은 소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만 해도 잡혀가 무서운 고문받고 감옥에 갇히는 '유신 헌법'아래서
작가는 말이 아닌 '비언어'로 우리를 괴롭히고 모독하는 철저한 제삼세계형 파괴자들을 '언어'로 상대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하루 자고 나면 누가 잡혀갔고, 먼저 잡혀간 누구는 징벌 독방에서 죽어가는 지경이고, 노동자들이 또 짐승처럼 맞고 끌려가는,
다시 말해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된 '칼'의 시간에 '펜'으로 작은 노트에 글을 써나갔다.
하나 하나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를 견디고' 따뜻한 사랑과 고통받는 피의 이야기로 살아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1975년 12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이 처음 발표되었고 연작을 모두 모아
1978년에 초판을 발행한 이 연작 소설은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해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수 있을 것이다.
칠십년대는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였다.
내란 제일세대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해 피말리는 억압 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이 책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어나 자란 땅의 암흑 현실 때문에 쓰게된 이 책은 무엇보다
이민족이 아닌 동족에 의해 고통받는 제삼세계 쪽 문학이 어두운 세계의 똑같은 경험인 독재와 고문, 착취, 억압의 이야기로 가득 차고 그 뛰어난 성과물에 관한 소문의 일부를 이미 접할수 있었는데 남의 경험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힘이 들었던 시대를 말해주고 있다..
소외된 도시 근로자들의 문제는 급박하게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 수준에도 미달 하는 저임금,
그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 사용자들로부터 강요되는 근로 조건, 제구실을 못다 하는 노동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궁핍한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등 산업화 사회의 부정적인 제 증상들은 우리의 안이한 삶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117cm, 32kg 의 난장이 아버지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우고 싶어 했다.
난장이의 아들 영수는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하여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대학생이었던 지섭은 근로자의 편에 뛰어들어 노조 운동을 일으키고 있고
평범한 주부 신애는 난장이 수리공의 학대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난장이'라고 외친다.
그녀의 동생 친구는 사용자 편에 들어오라고 '협박과 유혹'을 받는다.
은강그룹 회장의 손자인 경훈은 난장이의 큰아들 영수를 보면서
'보나마나 나이보다 작은 몸뚱이에 감춘 적의와 오해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할 아이이다. 그는 자식들의 작은 잘못도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때리고, 벌도 심한 것으로 골라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그는 잠을 안 자는 독재자였을 것이다. 그의 권력은 사랑, 존경, 믿음을 모르는 그 자신의 성격적 결함이 사용하게 한 무서운 매와 벌 때문에 바른 것이 못 되었을 것이다. 그가 죽었기 때문에 그의 큰 아들은 공격 목표를 잃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잘할 수 없게 길들여진 큰아들의 그 불확실한 공격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 숙부를 죽였다.'
오해이거나 무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죄많은 거인의식이다.
경훈의 의식은 '사람들의 사랑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사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난장이와 그의 아들이 추구하던 사랑의 세계와는 결코 조우할수 없었던 것이다.
진리는 멀고 허위는 가까웠다.
이렇게 해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대립과 싸움이 전면전으로 펼쳐진다.
대립을 방법적으로 구축하는 이소설에서 우리가 사회적 실감과 주체적 정서를 동시에 얻어낸다면 그것은 이 작품의 이같은 성격때문일 것이다.
못가진자와 가진자의 대립, 빈곤과 풍요, 고통과 안락, 분노와 사랑의 결핍, 피착취와 착취, 어둠과 밝음, 검정과 노랑, 추움과 따뜻함..
대립으로 풀어나가는 이 소설은 진정한 인간의 모습, 정녕 인간다운 삶의 공간을 꿈꾼 작가 말로 칠십년대 우리네 삶을 절정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수 있겠다.
난장이는 거인에게 '분노의 사랑'으로 다가서고, 거인은 난장이에게 '연민의 사랑'으로 다가설 수 있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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