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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포스트서울] 영화 - 인어공주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14. 10:56
영화 - 인어공주
내뱉던 그녀. 이영애보다 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연기자이다..
이혜영 기자 (기사입력: 2006/03/31 20:12)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를 꼽는다면 첫번째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 다음은 '인어공주'이다.

영화,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의 줄거리와 별로 상관 관계가 없는 영화인데 다만 주인공 연순이 해녀였으며 결혼 후에는 목욕탕 때밀이이기에 물과 인연이깊다는 것이 조금 연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연순의 딸로 나오는 나영이 (전도연이 일인 2역을 맡았다) 억척 엄마와 무능한 아버지와의 갈등에 지긋지긋해 하다가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아서 엄마의 고향으로 가게되는데 거기서 결혼 전의 엄마, 아버지를 만나 비로소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는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을 동화로 이해해달라는 감독의 의도로 읽으면 될 듯하다.


인어 공주는 동화 같은 상황 설정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영화다. 이것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첫째 요소이다.

고아인데다 주워온 아이엿던 연순은 남동생과 둘이 살아간다. 무식해서 글자도 전혀 모르고 그저 물질만 잘하는 해녀이지만 순수하고 맑은 아가씨이다. 그녀는 우체부인 진국을(박해일) 짝사랑하고 있다. 마침내 연순의 사랑은 진국에게 전해져서 그도 연순에게 차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가 연순에게 관심의 한가지로 주는 것은 글자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사랑을 키워가지만 어느날 진국은 뭍으로 발령을 받는다. 절망하는 연순에게 진국도 위로해줄 말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다와 육지의 거리가 먼것쯤이야 아무 문제가 아니기에 마침내 둘은 맺어진다. 그것을 목격한 딸 나영은 비로소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영화, 인어공주는 누구에게나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그것으로 해서 지금의 인생이 척박할지라도 그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김질한다면 얼마든지 서로를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나는 연순과 진국의 결혼 이후의 모습에서 더 진한 공감을 느꼈다. 연순은 이제 바다속을 헤엄쳐다니는 대신 목욕탕 때밀이로 변신해있다. 아주 억척 아줌마이다. 욕도 무지하게 잘한다. 반대로 착한 진국은 남에게 빚 보증을 섰다가 떼이는 바람에 연순에게 갖은 원망을 들어가며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성격이 맞지 않다 .급기야 진국은 암 선고를 받고 가족 몰래 결혼 전에 살았던 섬으로 간다.

연애와 결혼은 그렇게 천양지차이다. 연순이 사랑했던 진국의 순수하고 착함은 결혼 생활에 있어 갈등을 주는 첫째 요인이다.


이것은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연애 시절에 가장 크게 보여지던 장점이 결혼 후엔 가장 큰 단점으로 변하는 것.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굴드'가 말했다.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차츰 감추어졌던 상대방의 결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든 좋은 것은 결점이 된다. 만약 당신이 자기의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해서 좋다고 느끼던 일면이 사실은 다른 면에서 괴롭고 불유쾌한 감정을 주는 것이라면 당신은 그 쓴 것을 단 것과 마찬가지로 함께 마시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목욕 오는 손님에게 한푼이라도 더 긁어내려하고 사나운 성질의 아줌마로 변햇다해서 연순을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식한 여자라고 함부로 치부하지 못한다.


아무 것도 물려받은 것 없이 가난하게 시작한 두 사람의 삶은 당연히 어렵고 고단할 것이다. 거기에 착해빠져서 생활력이라곤 없는 남편과 살려면 아내라도 야무지고 억척이어야 한다.

나는 자주 이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추운 거리에서 호떡을 파는 아주머니나 천원짜리 김밥집에서 하루 종일 깁밥을 말다보면 손목이 시큰거리기까지 하다는데 그곳에 종일 서서 한 푼이라도 보태려고 애를 쓰는 아주머니나, 햇볕 따가운 여름이나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차에 물건을 싣고 와서 아파트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마음에 없는 소리까지 해야하는 알뜰시장의 장사꾼 아주머니들...

나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삶이 결코 그녀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분명, 그녀들이 월등히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마지막 장면 즈음에서 나영은 진국을 보지 않겠다는 연순을 억지로 오게해서 만나게 한다. 죽음 직전의 진국을 본 연순은
"내 이럴줄 알고 안 올라캤어. 뭐 하나 잘 먹고 잘 살아봉게 있다고 이러고 있능거여..나가트면 억울혀서 몬죽어.."
그렇게 남편에 대한 애정을 토로한다.

그리고 연순은 진국이 없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목욕탕 화장실을 수세미로 문지르고 목욕온 여자들에게 때밀고 마사지까지 잘해줄테니 2만원 내라고 꼬드긴다.

부자집 마나님이나 더럽고 힘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무식한 아줌마나 각 자의 삶에 충실하고 정작히면 그만이다.


그렇게 인어공주는 나에게 재미와 감동과 공감을 한꺼번에 안겨준 보석같은 영화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내어놓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 한가지, 엄마 연순을 연기한 고두심, 정녕 연순과 진국의 사랑만큼 빛나는 연기였다. 검정 브래지어와 검정 팬티 차림으로 목욕탕을 누비던 그녀. 욕질에 싸움질에 너무나 실감나는 그녀의 연기는 지금도
다시 보고픈 장면들이다. 팬티 고무즐울 튕기면서 '카악'하고 가래침을 내뱉던 그녀. 이영애보다 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연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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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포스트(The Seoul Post)
글쓴이 : 서울포스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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