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입니다. 여러분~~~2주에 한번씩 올리기로 개인적으로 다짐했것만... 이제부터는 꼬박꼬박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며 오늘 팁 들어갑니다.
자! 오늘은 대망의 3장구조입니다. 사실 3장 구조를 다루기 전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내용을 어떤 식으로 작성할지 말입니다. 근래의 작품들이 모두다 기승전결식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오히려 새로운 형식으로 나오는 작품들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전적인 형식을 마치 제가 뭐라도 된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가장 기본에서 시작해보자는 마음에서 이 팁을 작성해 봅니다.
기본적으로 3장구조는 잘짜여진 시나리오를 위한 기본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관객이 작품에 대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겠죠. 시나리오가이드와 시나리오 마스터의 저자로 유명한 D.하워드는 잘짜여진 시나리오의 기본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잘 짜여신 시나리오의 요건'
1.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누군가'에 관한 스토리이다.
2.그 누군가는 '어떤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한다.
3.그 어떤 일은 성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4.그 스토리는 최대한의 '정서적 임팩트'와 관객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5.그 스토리는 '만족스러운 엔딩'으로 맺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식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이렇게 잘짜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서사의 기본 구조는 3장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3장구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죠.
1장 관객에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세계와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스토리가 기초하게 될 주요 갈등을 설정한다. 한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토리에서는 제1장의 끝에 이르러 그의 삶과 그가 처해 있는 곤경이 집중조명되기 마련이다. 즉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정되고 장애물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2장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더 상세하고 첨예하게 부각된다. 동시에 제2장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변화하고 발전하거나, 최소한 변화 할 수 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 변화는 제3장에서 확연해진다. 스토리의 서브플롯들이 폭넓게 발전하는 것도 바로 제 2장이다.
3장메인스토리,주인공의 스토리와 서브플롯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모두 해결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결말이 내려졌다는 느낌, 즉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관객이 수평선 너머에서 몰려오고 있는 또 다른 폭풍을 바라보게 될지라도 어찌됐는 그 스토리의 갈등을 풀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3장구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시나리오 작법서중 몇권만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기에 더이상의 강조는 생략하고 이제부터 실제 영화에서 3장구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3장구조의 기본 서사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영화이지만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봄날은 간다'입니다. 왜? 하필이면 '봄날은 간다'를 선택했는가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런 멜로물에서도 3장구조가 아주 촘촘하게 쓰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떤식으로 쓰였는지에 대해 들어가 보겠습니다.
2001년 필자가 대학교에 갓 입학한 때로 기억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로 영화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허진호감독님의 두번째 작품으로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영애와 유지태의 만남으로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었죠. 허진호 감독님은 1998년 자신의 시나리오인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하였고 이후 데뷔작 하나로 90년대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을 받고 3년만에 내놓은 작품이 바로 봄날은 간다 입니다. 그렇다면 3장구조에 대입을 해보면 이영화 속에서 3장구조가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장
관객에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세계와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스토리가 기초하게 될 주요 갈등을 설정한다. 한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토리에서는 제1장의 끝에 이르러 그의 삶과 그가 처해 있는 곤경이 집중조명되기 마련이다. 즉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 정되고 장애물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봄날은 간다 1장 (영화시작 ~ 30분 ) 씬 1~ 34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젊은 시절 상처한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그는 강릉방송국 라디오 PD은수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들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와 상우는 녹음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실제 영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씬 1~34까지가 전체 3장중 1장에 해당한다. 전체 영화가 114분이니 전통적인 3장구조로 나누어 보면 1:2:1 중에서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초반부 스토리는 관객에게 영화 속 세계에 대한 설명과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이 영화에서 극중 상우(유지태) 와 은수(이영애)의 소개와 스토리가 기초하게 될 주요 갈등을 설정하는데 상우와 은수가 직업적인 상황 때문에 만나게 되는 이야기와 앞으로 만나게 될 주요갈등 (극중에서는 은수와 상우의 멜로라인)을 설정하게 된다. 제 1장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앞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관객들에게 은수와 상우의 만남에 대한 당위성과 앞으로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기초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 사용한 것은 은수와 상우가 일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이 할 시간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멜로라인을 전개함과 동시에 은수가 한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이혼녀라는 점, 즉 남자를 대하는데 어색함이 없지만 새롭게 관계를 생성하는데에 오는 부담감이 앞으로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 각각의 상황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밤 강릉의 은수가 서울의 상우에게 전화가 온다. 아직까지 그리 친하지 않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밤늦은 시간에 먼저 전화를 해서 내일 미팅 약속을 잡는 은수가 상우는 싫지 않는 표정이다. 전화를 끊고 이불속에서 혼자 웃고 있는 상우를 비춰줌으로 해서 감독은 부연설명 없이도 관객에게 배우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2장으로 넘어가는 시점 (즉 갈등과 앞으로의 사건 전개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은수를 바래다주는 상우가 은수에게 악수를 청하고 은수는 내린다. 차에서 내린 은수는 다시 문을 열고 ‘라면먹고 갈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전체 시나리오중에서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은 이 둘에 대해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감독이 사용한 방법은 같이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그것도 은수의 입을 빌려서 말이다. 만약에 은수가 아니고 상우가 ‘차 한잔 주실래요’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어떠한가? 재미도 없고 식상하지 않은가? 그럴리 없겠지만 허진호 감독님께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면 이 영화는 많은 영화팬들의 머릿속에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후 전개될 내용을 위해서 헤어지는 시점에서 상우가 악수를 청했다는 점은 기억해 두길 바라며 2장으로 넘어가겠다.
2장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더 상세하고 첨예하게 부각된다. 동시에 제2장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변화하고 발전하거나, 최소한 변화 할 수 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 변화는 제3장에서 확연해진다. 스토리의 서브플롯들이 폭넓게 발전하는 것도 바로 제 2장이다.
봄날은 간다 2장 (30분~90분)
조금은 당돌한 은수에게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으면서 삐걱거린다. 이혼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고 말하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3장구조에서 2장은 크게 두 개로 나눌수 있다. ‘봄날은 간다‘에서 30분에서 60분 은 은수와 상우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사용된다.
은수와 상우의 관계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나오는데 하룻밤을 보낸 후에 상우와 은수가 같이 있기 위해 방송국과 녹음실에 거짓말을 하는 상황, 술에 취한 상우가 친구인 택시기사를 불러서 밤중에 강릉까지 가는 상황, 상우 무릎에 앉아서 은수가 운전을 배우는 상황등을 통해 시나리오속 상우와 은수의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후에 이어지는 60분~90분의 상황은 주인공들의 갈등이 유발되는 상황들이 들어간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은수는 상우에게 부담감을 느끼고 라디오의 초대손님으로 나오는 남자와의 만남(상우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인다.
또한 2001년 당시 중형차에 속했던 그렌저 xg를 가지고 있다) 초대손님과의 만남이후에 상우에게 조금씩 냉정해져가는 은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만남에 대한 시발점으로 감독은 상우가 은수에게 조금씩 부담감을 주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다. 부담감을 주는 요소로는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을 하라는 부모님의 압박이 있다. 하지만 한번 결혼 경험이 있는 은수에게 이러한 요구는 조금씩 부담으로 다가와 상우와 은수의 관계를 지속시키는데 방해요소로 사용된다. 본론에 해당하는 2장에서는 주인공들이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쓰이고 이러한 것들을 연출하기 위해서 스토리의 서브플롯들이 폭넓게 발전하는데 초대손님과의 드라이브이후에 집착을 보이는 상우와 그러한 상우를 힘들어 하는 은수의 모습을 여러 가지의 서브플롯으로 보여준다.
3장 메인스토리,주인공의 스토리와 서브플롯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모두 해결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결말이 내려졌다는 느낌, 즉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관객이 수평선 너머에서 몰려오고 있는 또 다른 폭풍을 바라보게 될지라도 어찌됐는 그 스토리의 갈등을 풀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봄날은 간다 3장 (90분~ 끝 씬101~135)
메인스토리 즉 은수와 상우의 이야기가 해결된다. 또한 서브플롯으로 구성되었던 상우의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상우는 조금씩 변화하는데 이러한 플롯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3장에서는 주인공들의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을 관객에게 주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은 하는 인물이 바로 상우의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상우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자고로 떠난 버스랑 여자는 잡는 게 아니야. 상우야“
이후 상우의 할머니는 낡은 서랍에서 고운 분홍색 한복을 꺼내고 곱게 차려입으시고 혼자 나간다.
그 후에 이어지는 할머니의 장례식 모습이 보이고 상우에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한다. 이때 지방 방송국에서 우연히 종이에 손이 베인 은수의 모습이 나오고 제 1장에서 상우가 은수에게 알려준 손을 들어 흔들며 지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후 상우를 다시 찾은 은수는 다시금 만남을 하자고 말하지만 이미 상우는 마음을 정리한 상태이다. 이때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말은 완성시키기 위해 감독이 설치한 구조는 헤어짐을 앞둔 은수가 상우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이다.
초반 제 1장에서 은수와 상우의 첫날밤 전에 상우가 은수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을 기억한다면 제3장에서 은수가 손을 내미는 장면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관객에게 완벽한 결말을 내려주기 위해 그런 장면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구조를 통해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고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3장구조를 봄날은 간다에 대입하여 분석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이미 이 영화를 보신분이라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군요. 물론 허진호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참여하실때 이와 같은 구조를 생각하면서 작성하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제 생각에는 고전적인 3장구조를 아주 적절하게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유스보이스 친구들도 앞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실때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작성해보시면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적어도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작품이라면 관객에게 작품의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한 당위성을 성립시키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툴이 바로 3장구조이고요.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다음 팁#4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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