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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브람스 교향곡 1번(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오늘행복스마일 2019. 2. 9. 10:29

브람스 교향곡 1번(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브람스 교향곡 1번

Johannes Brahms

1833-1897

Stanisław Skrowaczewski, conducto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Alte Oper Frankfurt

2013.03.22

 

Stanisław Skrowaczewski/Frankfurt Radio SO - Brahms, Symphony No.1, Op.68

 

바흐, 베토벤과 더불어 독일 음악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요하네스 브람스는 친구 헤르만 레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이 편지는 브람스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잘 드러내는 사례이다. 거인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이 유럽 음악계를 휩쓸고 지나간 후, 그에 필적할 만한 교향곡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베토벤 이후 많은 음악가들이 그가 완성한 위대한 교향곡을 모방하였고 그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걸작의 탄생은 요원한 일이었다.

당시 뛰어난 음악비평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슈만은 점점 활기를 잃어 가는 독일 음악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새로운 세대의 음악, 새로운 교향곡이 등장해 이 답답한 분위기를 쇄신해줄 것을 바랐다. 그것은 슈만 자신조차에게도 어려운 문제였다. 베토벤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드디어 여기에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등장한다.

“우리는 드디어 10번 교향곡을 얻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1879년 11월에 초연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43세였다. 마흔이 넘어 첫 교향곡을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브람스가 이 작품에 얼마나 신중하게 공을 들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곡에 첫 돌입한 시기는 22세였다. 당시 브람스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듣고 감동을 받아 한창 관현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최초의 구상 아이디어는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모습을 바꾸어 완성되었고, 교향곡 1번의 진도는 좀처럼 나아가질 못했다. 브람스의 구상은 지극히 신중했다. 언제나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악장을 완성한 때는 1862년, 7년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1874년 다시 본격적으로 작곡에 착수해 1876년 9월에 드디어 최종적으로 완성본을 얻었다. 교향곡 1번 탄생에 2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엄격하고 고지식한 성품의 브람스는 작곡도 작품 발표도 신중했다. 드디어 교향곡 1번이 초연되었을 당시 당대의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우리는 드디어 10번 교향곡을 얻었다."고 감격해했다는 일화가 있다. 불멸의 9개 교향곡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라는 뜻이었다. 당시 리스트와 바그너가 전통에서 탈피한 새로운 낭만주의 음악의 열풍을 한창 일으키고 있을 때에도 브람스는 독일 전통의 고전주의 음악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베토벤을 의식해 브람스 특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클라라 슈만은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을 좋게 보지 않았다. 심각한 형식, 스케일을 살려내는 것에 몰두해 브람스 특유의 선율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을 계승하고 이후 등장할 새로운 교향곡 출현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스 폰 뷜로. 그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10번 교향곡’이라고 일컬었다.

‘운명 교향곡’을 모범적 스타일로 삼아 작곡한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특히 1악장은 ‘운명 교향곡’의 1악장, 4악장의 주제는 ‘합창 교향곡’의 ‘환희의 주제’를 연상케 한다. 이런 유사점을 간파하고 한스 폰 뷜로는 10번 교향곡이라고 일컬은 것이다. 그러나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 심원한 깊이의 선율과 우수에 젖은 목가적인 분위기, 특히 4악장 마지막 피날레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강물처럼 흐르는 긴장감 해소는 브람스만의 감수성이 빚어낸 표현으로 그가 20년을 바쳐 얻어낸 최고의 순간을 증명한다.

추천음반

1. 샤를 뮌슈(1968, EMI)의 녹음은 억제되지 않는 호방한 열기와 뜨거운 감정 분출이 인상적인 연주이다.

2.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연주(1991, DG)는 작품의 유장한 흐름을 느릿한 템포와 중후한 음색으로 그려낸 품격이 돋보인다.

3. 오랫동안 독일 교향악을 지휘해 온 귄터 반트(1989, RCA)는 큰 스케일과 정확한 비트가 돋보이는 명연이다.

4.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음반(1989, DG)은 폭발과 섬세함이 정확하게 교차하는 생명력 넘치는 연주이다.

5. 이외 구하기는 어렵지만 카를 뵘의 1959년 DG 음반이 유명하다.


*아래의 악장 해설과 이어지는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대한 평가는 보충해서 넣은 것입니다.


Brahms,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Hee-Chuhn Choi(최희준), conductor

Korean Symphony Orchestra

2013 Korean Symphony Orchestra 185th Regular Concert

Seoul Arts Center Concert Hall

2013.03.09

1악장: 운 포코 소스테누토 - 알레그로

C단조 6/8박자. 이 악장은 초조하고 극적인 활기를 느끼게 하는데 신선한 수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번민과 흥분, 그리고 근대적인 환상과 깊은 감정을 묘사했다고 할 것이다. 서주부에서 1악장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서주부가 조용히 끝나면 갑자기 제1주제의 예고라고 할 만한 것이 나타나서 빠른 주부로 들어간다. 얼마 후 오보에에 의한 제2주제가 우아하게 나타난다. 발전부는 D장조로 시작되며 최후에 코다가 나타난다.

2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

E장조 3/4박자. 음의 길이를 완전히 확보하면서 볼 수 있는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또 너무 어둡지도 않은 북방 독일인이 지닌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악장에서는 평화롭고 맑은 심경이 반영되어 있다. 평화와 위안을 동경하는 기분이 전체에 넘쳐흐르고 있다. 서주부 없이 제1주제가 처음에 노래조로 평화롭게 연주된다. 얼마 후 애조를 띠고 동경하는 듯한 제2주제가 오보에에 의해 연주된다. 마지막에는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곡을 마친다.

3악장: 운 포코 알레그레토 에 그라치오소

A플랫장조 2/4박자. 이 악장은 가장 짧지만 대단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다른 교향곡의 3악장은 3박자로 된 경쾌한 춤곡 풍(스케르초)이지만 이 곡에서는 부드럽고 평화로우며 우울한 기분이 감돈다. 트리오에서 단조로운 멜로디가 나타나고 후에 아름답고 경쾌한 리듬의 제2주제가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브람스의 중후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4악장: 피날레. 아다지오 - 피우 안단테 - 알레그로 논 트로포 마 콘 브리오

C장조 4/4박자. 도입부는 느리며 무겁고 우수에 잠긴 듯 연주되지만 다음에는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템포로 활기차게 연주된다. 처음에는 우수와 번민에 찬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곧 현악기로 극적인 밝은 빛을 보이며 장엄한 호른에서 목관으로 들어가 목가적인 기분을 자나낸다. 그 후 점차 환희의 합창과도 같이 승리를 향해 돌진하는 박력에 찬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서의 제1주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의 ‘환희의 주제’와 비슷한데 단순하면서도 힘에 넘친다. 그 후 제2주제가 나타나 발전되어 호화롭게 끝난다.

브람스 교향곡 1번에 대한 당시와 오늘날의 평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초연되기 한 달 전인 1876년 10월, 브람스는 클라라 슈만 앞에서 이 교향곡 전체를 피아노로 연주해 보였다. 그러나 브람스 음악의 옹호자이자 비평가였던 클라라가 이번만큼은 그리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슬프고 우울했어요. 이 교향곡이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었죠. (…) 나는 완전한 멜로디를 듣고 싶었어요.”

사실 그렇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의 주요 테마들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달콤한 멜로디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 테마들은 대위법적으로 결합되어 매우 현학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브람스의 다른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브람스의 숭배자였던 당대의 음악평론가 한슬리크마저도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새로운 교향곡은 진지하고 복잡하며 일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금방 이해하기 어렵다. (…) 브람스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장대하고 심각하며 어렵고 복잡한 쪽에 치우쳐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브람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휘자였던 헤르만 레비는 오히려 이와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는 장대하고 난해한 1악장과 4악장을 높이 평가하는 대신, 중간 악장들이 너무 가볍다고 말했다. 그가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 악장은 아마도 그의 기악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일 것입니다. 1악장은 그 다음이죠. 하지만 두 개의 중간 악장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 그것들은 세레나데나 모음곡에 어울리는 음악이지 이렇게 특별한 교향곡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 대한 당시의 평가는 서로 엇갈렸다. 그렇다면 당시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독일의 음악학자 카를 달하우스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가리켜 “제2의 교향곡 시대를 열어준 작품”이라 말했다. 이 말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브람스가 그의 교향곡 1번을 통해 베토벤 이후로 점차 쇠퇴해 갔던 교향곡의 전통을 다시 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브람스가 베토벤에 견줄 만한 교향곡을 작곡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이후 드보르자크, 말러, 엘가, 시벨리우스 등에 의해 계속될 새로운 교향곡들의 출현을 예고한 미래지향적인 작품이라는 뜻도 된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당대의 음악인들에게 더욱 난해하게 느껴졌던 것은 이 작품이 다가올 시대의 음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겉보기에는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혁신적이고 대담한 화성을 사용하고 있으며, 말러의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실내악적인 제스처도 보이는 등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담고 있는 음악.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특별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글쓴이 : 청송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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