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된 음악이다.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영화 주제 음악이 아니라고 한다.
이 음악과 연상되는 나의 느낌은 늘 그런 어떤 것들이었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그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은 그런,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그런 것.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혼자 들기엔 무거운 가방의 무게만큼의 사연을
아무에게나 들려 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녀는 등을 보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걸어 온 것 같지만 가야 할 길이 더 멀어 보인다.
저 소실점을 지나 얼마나 더 가야 멈출까?
추워보이는 건 등에 지고 걷는 찬바람 때문만은 아닐게다.

모두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다.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한다.
조금 모자란 듯 한쪽 어깨를 적시며, 둘이 쓰고 가는 우산은 얼마나 정다운가?
그런데 왜 그녀는 혼자 걸어가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왜 그곳으로 가는 걸까?
그리고 그곳엔 무엇이 있는 걸까?

업고 끌고 그리고 손에 든 가방의 무게만큼
그녀도 하고 싶은 말이 많거나 혹은 많지만 하고 싶지 않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짓 느껴지는 삶의 무게 같은 그런 것일까?

그녀는 언제부터 여기 서 있는 걸까?
그리고 언제까지 서 있을 건가?
그냥 기차만을 기다리는 걸까?
내일은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2012년 10월 5일 올린이/비온뒤에
배경음악/Paul Mauriat - La Ragazza Con La Valigia(가방을 든 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