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감상문을 쓰게 된다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쓰고 싶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쭉 가네시로 가즈키의 단편집 '연애소설'이 가장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네시로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저는 '레벌루션No.3'와 함께, 이 단편집 '연애소설'에 있는 '꽃다발'을 뽑고 싶습니다. 물론 이 단편집 '연애소설'에 있는 세개의 소설 모두 몹시 좋아합니다.
언뜻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가네시로의 소설들과 달리, 이 단편집에는 '무거운'이라기보다는 '애절한'이나 '애틋한'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영원의 환'의 경우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죠.
1. 연애소설
'연애소설'은 '나'를 통해 가혹한 운명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잃는 '그'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잃은 '그'의 앞에 나타난 '그녀'.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도 죽어버릴거라고 생각하고 멀리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를 조소하듯 운명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그는 후회했을까요? 후회했을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회하지 않았겠죠. 사랑할 수 있어서 고마웠을 것이고, 사랑해서 행복했을겁니다. 그도 이야기하죠.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금 행복해. 내 기억은 그녀만으로 가득하니까. 나를 계란처럼 반으로 탁 깨면 그녀하고의 추억만 흘러나올거야"
'행복했다'는 과거형의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그는 지금도 행복할겁니다.
2. 영원의 환
멀기 암으로 병실에 누워있는 '나'를 문병온 조금은 이상한 친구 K. '나'는 K에게 어떤 사람을 죽이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고, K는 그건 어렵다라고 하면서도 태연하게 혼자서 그것을 실행합니다. 그리고, K는 자신의 정체를 태연하게 말해주고 태연하게 떠납니다.
일본 한복판에 있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존재였던 K는 그렇게 나타나고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웬지 다 읽고 났을때 허탈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현대의 도시 한복판에 그런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니 말이죠.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있을법한 이야기'이면서도 '기묘한 이야기'같기도 한 이 이야기는 웬지모를 여운이 남습니다.
첨언이지만, 여기에서 목숨을 잃는 교수 '다니무라'와 '나'가 사모했던 선배 '우에하라 아야코'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다른 소설 'Speed'에 등장하는 그들과 동일한 인물입니다. 'Speed'에서 우리의 '더 좀비스'들이 그냥 내버려뒀던 다니무라 교수는 여기에서 갑작스런 습격으로 명을 달리하고 마네요. 씁쓸하기도 우습기도 합니다.
3. 꽃다발
동맥류가 파열될 수 있으니 수술을 하자는 의사. '나'는 두려워하는 동시에 실감하지 못합니다. 4년이 넘게 사귀던 그녀는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간병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야?"라는 말로 속을 더 쓰리게 할 뿐이고,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에게는 말하지 못합니다. 결국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방황합니다.
그런 '나'에게 대학시절 선배가 일을 하나 부탁합니다. 유명한 변호사인 도리고에 변호사와 함께 가고시마에 가 달라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마지못해 그 일을 받아들이고 도리고에 변호사는 자신의 아내의 유품을 받으러 가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둘은 가고시마로 함께가는 차 안에서 도리고에 변호사의 지난 이야기와 아내의 이야기를 듣기도, '나'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수십년 지기만큼의 우정과 이해를 쌓게 됩니다.
도리고에 변호사의 28년간의 후회란 어떤 것일까요. 당장에 쓰러질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듣는 '나'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요. 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네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후회스러울까요. 도리고에 변호사와 그의 아내 게이코 씨의 사랑은 얼마나 애틋하고 슬펐을까요.
저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감히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네요.
4. 맺으며
가네시로의 글은 언제나 읽기 편안합니다. 간단히 쓰여진 가운데도 그 감정을 잘 담아냈다고나 할까요. 어느새 '나'라는 화자에 대한 감정이입 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연애소설의 '그'와 '그녀'라든가, 꽃다발에서 도리고에라든가)에 대해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한국에 나와있는 가네시로의 소설을 모두 본 저로서는, 이제 새 소설이 나오는 건 과연 언제인지 기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마침>
낮에 연애소설이란 책을 읽었습니다.어느 블로그에 가니
연애소설에 관한 간단한 리뷰가 되어있더군요.정말 반가웠어요
제가 본 책에 대해 자신을 느낌을 표현하고 전 그분의 글을 감상 하면서
그때의 즐거움이 되살아나서 얼마나 기빳는지 모릅니다.그의 책은
무겁지만 읽기 편하면서도 그렇지만 가볍지 않습니다
그 전날에"SPEED"란 책을 읽었는데 그 소설 역시 제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습니다.머라 형용하면 이 느낌을 말 할 수 있을가요?
그가 책에서 말한것 처럼 진정 하고픈 말을 표현할려고하면
초등학생 때처럼 머리 속에서 그 여운이 맴돌기만 히고 적당한 문장을
찾지 못하게 된다는 말처럼 지금 저도 그렇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그의 책을 추천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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