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문화

[스크랩]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오늘행복스마일 2019. 1. 11. 07:30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정말 많이도 읽은 책이다. 80년대 학번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 새내기가 되면 소위 의식화 교육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사회문제에 관한 소위 운동권이 공부하는 책들을 읽는 것이 기본이던 시절이 있었다.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몇 권의 책들 속에는 "전태일 평전(돌베개)", "노동자 경제학(일송정)", "껍데기를 벗고서(동녘)" 등이 있었고 또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있었다.

 

특히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정말 친하게 지내던 조모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와의 에피소드 하나. 고등학교 때, 어느 해 여름인가 남한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쳐 수해가 크게 난 적이 있었다. 그때, 북한에서 동포애 차원으로 남한에 북한 쌀을 수해물품으로 보냈고 학교에서는 수해가 난 가정에 이 쌀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다. 우리 집도 수해를 입어 약간의 북한 쌀을 받았는데 조모라는 친구는 아버님이 북한 실향민이라며 이 쌀을 나누어달라고 했고 기꺼이 나누어 준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이 친구를 전철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 친구는 짧은 몇 개월 만에 그야말로 운동권 학생이 다 되었고 나에게 사회 문제에 관한 많은 해박한 지식을 입 거품을 물며 설명, 아니 강요한 적이 있었다. 이 친구가 그때 가지고 있던 책이 "난쏘공"(그때는 이 책의 이름을 줄여서 이렇게 불렀다.)이었고 나는 도대체 무엇이 친구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바꾸었는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난장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의 노동 현실과 70년대 한국 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근대화에 따른 제반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에는 열 두 편의 단편과 중편들이 연작(連作)의 형식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인 <뫼비우스의 띠>와 맨 끝의 작품인 <에필로그>에는 모두 학생들이 신뢰하는 수학 담당교사가 등장한다. 첫 번째 작품에서 수학 교사는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곡면(曲面)을 예로 들면서 현실이라는 다면체(多面體)를 폭넓게 생각해야 하며 또한 옳고 그름을 너무 쉽게 판단내리지 말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책은 산업화 사회에서 빚어지는 경제 문제, 인권 문제, 소득분배의 문제, 공해문제, 교육 문제, 소외문제 등 많은 문제가 누적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 문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여 보여주려고 한다.

 

조세희씨는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출생하여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하였고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1979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제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다른 책 "침묵의 뿌리"도 내가 자주 읽었던 책이다. 표지에 순박한 국민학생 어린이 사진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주로 사북 사태에 관한 얘기와 사진들이 실려 있는 책이었다. 아쉽게도 이사 다니며 잃어버린 책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예전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하였는데 최근에 '이성과힘'이라는 출판사에 신판으로 새롭게 출간하였다.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의 왜소한 난장이이에 관한 이야기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게 큰 울림을 주는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출처 : 그것만이 내 세상
글쓴이 : 앤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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